처음부터 이 말이 맘에 들지 않았다
그래도 나라에서 하라니까
징그런 코로나 무서우니까
어쨌든 나도 살아야하니까
눈 가로 막는 마스크 쓰고
다섯 사람 모이는데 못가고
막걸리 혼자 홀짝 마시면서
누구나 다 그러려니 했다
참으면 좋은 세상 오려니
믿으며 이것저것 꾹 참았다
콩나물시루 지하철 버스와
민노총 시위 ○○○ 장례식에
코로나 빗겨가도 그러려니 했다
걔도 무서운 걸 알 테니까…
그런데 그게 아니었다
억울한 건 자영업자와
시간제 아르바이터였다
코로나도 돈과 권력이 무서웠을까…
코드가 안 맞으니 물어볼 순 없었다
그래도 하루 이틀 살다 보니 가까스로
알똥말똥 해도 저절로 알겠더라
사회적 거리두기에도 신분이 있다는 걸
코로나도 돈과 권력에 양심을 팔았다는 걸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그 말이 맘에 안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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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홍찬선 시인 소개
1963년 충남 아산 출생.
2016년 ‘시세계’ 시 등단, 2016년 ‘한국시조문학’ 시조 등단, 2019년 ‘연인’ 소설 등단, 2020년 ‘연인’ 희곡 등단.
시집 『틈』, 『길』, 『삶』 『얼』 『품』 『꿈-남한산성 100처100시』, 『칼날 위에서 피는 꽃』(자유민주시인상 수상시집, 최우수상 수상), 『가는 곳마다 예술이요 보는 것마다 역사이다』, 시조집 『결』, 소설집 『그해 여름의 하얀 운동화』 등 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