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법개정안과 공정거래법 개정안, 그리고 금융그룹 감독에 관한 법률 제정안 등 이른바 '공정경제 3법'이 이번 정기국회에서 통과될 가능성이 커지자 재계에 초비상이 걸렸다.
당정은 이들 경제법안을 이번 정기국회에서 통과시킬 계획이다.
이에 재계는 이 법들의 통과를 저지하기 위해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등 지도부와 면담을 가질 예정이다.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은 22일 국회를 방문해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김종인 위원장과 면담하고 이 법안들의 문제점과 기업의 애로사항을 전달하고, 상의가 마련한 대안 입법도 제시한다.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은 22일 국회 방문에 이어 23일에는 김종인 위원장 등 야당 지도부를 만난다.
재계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글로벌 경제 위기 등으로 경영상의 불확실성이 커진 가운데 기업 활동을 위협할 수 있는 독소조항이 포함된 이들 법안이 통과될 경우 기업활동에 큰 걸림돌이 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상법개정안의 감사위원 분리선출제 도입과 대주주 의결권 3% 제한 조항에 대한 반발이 가장 크다.
현행 상법은 이사를 먼저 선임한 뒤 이사 가운데 감사위원을 선출하도록 돼 있는데 개정된 상법에는 감사위원회 의원중 최소 1명 이상을 이사와 분리해 선출하도록 하고 있다.
또 최대 주주의 의결권은 특수관계인과 합산해서 3%로 제한된다.
정부와 여당은 감사위원이 대주주의 영향력에서 벗어나 독립적으로 경영활동을 감시하도록 하는 취지에서 이 제도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재계는 감사위원 선임 결정권에서 대주주가 배제될 수 있고 펀드나 기관 투자자들의 영향이 더욱 커지면서 경영권의 위협 수단으로 남용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한마디로 투기자본에 휘둘릴 수 있다는 것이다.
재계 한 관계자는 "2∼3대 주주나 해외투기자본들이 이사회에 진출해 회사를 압박하고 부당한 이득을 추구하는 수단으로 변질될 수 있다"며 "최대 주주 의결권만 제한되면 적대적 인수 합병(M&A) 세력이 연합해 감사위원을 선임하는 역차별이 발생한다"고 우려했다.
모(母)회사 주주가 불법을 저지른 자(子)회사 임원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도록 한 '다중대표소송제'에 대해서도 재계는 모회사 주주가 자회사 경영에 지나치게 개입해 주주권을 침해할 수 있다며 강력하게 반대하고 있다.
개정안은 비상장회사 주식 지분의 100분의 1이나 상장회사 지분 1만분의 1만 보유해도 해당 회사가 50% 이상 출자한 회사에 대해 소송을 제기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이 요건이 너무 완화돼 있어 문제라는 것이다.
공정거래법 개정안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한다.
개정안은 일감 몰아주기(사익편취) 규제 기준을 현행 총수 일가 지분 30% 이상 상장회사·20% 이상 비상장회사에서 모두 20% 이상으로 강화했다.
이 경우 일감 몰아주기 규제 대상이 총수 일가가 지분 30%를 가진 기업에서 20%를 가진 기업으로 확대됨에 따라 대상 기업이 늘게 된다.
해당 기업이 이 규제를 피하려면 총수는 기존 보유 지분을 팔아야 하고 지주사는 자회사 지분을 더 많이 사들여야 하는 등 기업 부담이 커진다.
또 공정거래법의 전속 고발권이 폐지되면 앞으로 가격·입찰 등 중대한 담합(경성담합)의 경우 누구나 대기업을 검찰에 고발할 수 있고, 검찰 자체 판단으로 수사도 가능해져 고발·수사가 봇물을 이룰 것으로 재계는 우려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