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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 시집 -시인 김제김영
  • 시인 김제김영
  • 등록 2019-11-16 06:54:37
  • 수정 2019-11-16 07:0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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닫힌 표지 앞에서
자음과 모음들이 줄지어 기다린다

나도 기다란 줄 끝에
하나의 홀소리로 서 있다

표지가 열리면 피어나는 향기

탁자마다 빼곡하게 들어앉은
자음과 모음들이
화두 한 잔 씩 들고 있다

같은 음료를 앞에 두고,
같은 표정으로 음미하는 자모子母들을
의자가 삐걱대며 나무라기도 한다

(카페 시집의 예의는
구석에게 읍소하는 홀소리를 만나도
달래거나 아는 체 하지 않는 것)

목차에서 고른 화두를
두 모금쯤 남겨두고
시집의 좁은 계단을 휘휘 돌아
다음 페이지로 올라가야 한다

여기서 손차양을 하고 멀리 바라보면
허공을 가로질러 백로 한 마리 날아온다
미처 챙기지 못한 행간을 물고 내게 온다

시집 밖에서 여치울음이 익는 내내
표지 귀퉁이는 야상곡을 걸어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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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제김영 시인 약력]
전북 김제에서 출생하여 1997년 『눈 감아서 환한 세상』으로 작품 활동 시작,
시집 『다시 길눈 뜨다』 『나비 편지』가 있고 수필집 『뜬돌로 사는 일』 『쥐코밥상』 『잘가요 어리광』이 있다. 월간문학상, 전북문학상 등을 수상했으며, 현재 김제예총 회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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