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련된 여인의
옷차림 같이 곱게 치장된 가을날
남쪽 바닷가 노을 카페
찻잔 속으로 고여드는
낙조의 햇살도 함께 마신다
불현듯 회상되는 젊은날들의 추억
영욕의 시간들은
세월에 숙성되어
아련한 그리움이 되었지만
분망했던 그 시절로
다시 돌아가고 싶지는 않다
곱게 저물어 가는 하루를 조망하듯
생의 가을
한가롭게 인생을 관조해보는
여유로움이 더욱 소중하다
[시작 노트]
대중 교통을 이용할 때마다 경로석에 앉아도 되는가를 망설이고 있다.
분명 나의 생의 계절은 가을 즈음인데 명품이라는 이유만으로 옷장속에
가두어 두었던 치수도 맞지 않는 오래된 헌 옷들은 이제는 처분해야겠다.
고향 바닷가 카페에 홀로 앉아 비워야 가벼워진다 하면서도 편견과 집착으로 나를 속박하고 있는 건 아닐까 대 스승 같은 하늘과 바다를 조망하면서 사유해 본다.
연한 붉은 빛으로 바다를 물들이고 있는 노을의 온유함과 고상한 갈색 가을빛이 나의 모습이길...
[김길영시인 약력]
전라남도 여수 출생. 중앙대학교 신문방송학과 졸업
2018년 <한국시원> 봄호 신인상 당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