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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착한 새벽 -시인 김양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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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등록 2024-04-16 18:4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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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받아든

하루의 봉투를 연다

 

길게 갈라진 먹빛 사이로

배어나오는 빛은

한 순간 어둠을 희석시키고

이슬에 적셔진 새벽의

고유한 필체는 금새 지워진다

 

계절이 펼쳐지기 전

한 발 앞선 초봄의 꽃망울처럼

때론 황홀하게

혹은 지난 밤 꿈처럼 안개로 가려진

그날의 서문이

오늘이라는 빈 칸 위에 앉았다

 

어두운 장막을 뚫고 나오는

이 경이로운 서사는

깨어난 이들의 어깨 위에

새로운 하루를 가만히 내려놓는다

 

 

<시작 노트>

 날마다 부엌 베란다의 넓은 창으로 가장 먼저 마주치는 것은 새벽하늘이다

한순간에 바뀌는 계절이나 혹은 그날의 날씨에 따라 늘 다른 얼굴로 열리는 새벽은 언제나 경이롭다. 깨어난 이들에게 내미는 새로운 하루의 초대장처럼 도착한다

나름의 소소한 일상을 충만하고 소중하게 잘 채워가라는 뜻, 

공손하게 받아드는 순간이다

 

<김양아시인 약력>

<유심>으로 등단, 시집 <뒷북을 쳤다>

구로문인협회, 청송시인회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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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에 1개의 댓글이 달려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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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holywood2024-04-22 14:54:19

    김양아 시인의 ‘도착한 새벽’ 잘 읽었습니다. ‘오늘도 받아든 / 하루의 봉투를 연다‘로 시작하는 시는 새벽이 어둠을 엽니다. 그러나 곧 ’이슬에 적셔진 새벽의 / 고유한 필체는 금새 지워진다‘에서 보듯이 새벽은 곧 사라지고 ’오늘이라는 빈칸‘을 우리에게 선물합니다. ’봉투‘안에 무엇이 있는지 모릅니다. 그러나 ’새로운 하루를 가만히 내려 놓는다‘라는 마지막 구절을 읽으면서  ‘봉투’는 하루를 시작하는 시인의 기도 같다고 느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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