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연인이
왜 문자를 씹었냐며
다투고 있다
변명하는 남자와
눈물 그렁한 여자
마음이 씹힌 듯 아팠던 걸까
이빨 사이 잔가시를 빼려고
손가락을 입에 넣었을 때
무심히 닫은 어금니의 힘이
아찔하게 아팠던 기억
열무잎 질긴 찌꺼기가
입속을 맴돌 듯
대답 없는 네가
오래 묵은 슬픔의 섬유질처럼
명치 끝에 걸릴 때
슬픔도 잘게 갈면
억센 이빨에 씹히는 아픔쯤
쉽게 넘길 수 있을까
문자를 씹다가, 씹히다가
문득
너와 나 사이
이런 질긴 마음 하나
우리 입속에도 맴돌고 있는지
생각해 본다
<시작노트>
밤낮을 가리지 않고 날아드는 단톡방의 메시지들이 성가셔서 한동안 메신저 알림음을 꺼 두었더니 왜 문자를 씹느냐는 타박이 날아들었다. 굳이 말이 필요 없이 마음으로 끈끈하게 이어지던 인간관계도 이제는 대답을 채근하는 메시지의 응답 유무로 관심의 정도를 증명해야 하는 시대가 되었다. sns가 상대의 관심을 확인하는 척도로 작동될 때 나의 메시지에 반응이 없는 상대는 나를 아프게 한다. 문자에 답하지 않는 일을 ‘씹다’라고 표현하는 이유도 그래서 일 것이다. 상대에게 문자를 씹히는 일은 마음이 씹히는 일이므로.
그러나,
정말 그럴까.
sns에 넘쳐나는 수많은 우리의 인연도 억센 이빨에 씹히는 열무잎 섬유질처럼 그렇게 질긴 것이었을까.
[조현숙시인 약력]
부산출생. 《시선》 (2017)등단. 부산문인협회, 새부산시인협회, 부산여류문인협회 회원.부산크리스천문인협회 부회장. 《부산시단》 편집장.
수상: 부산문협 《문학도시》작품상, 《부산시단》작가상, 한국꽃문학상 등 수상.
시집: 『미로역에서』 『상처가 상처에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