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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 -시인 전홍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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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등록 2024-04-08 09:3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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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은 없고

아가리에 궁둥이만 달린

맹랑한 너

 

어두운 찬장 속에서

숨소리도 내지 않고 앉아 있다가도

꺼내 주기만 하면 본색을 드러내는 너

 

목마른 사람에게나 토라진 사람에게 다가가

입맞춤 원하면서 궁둥이 비비기도 하고

픽 토라져서 며칠 끄떡 않을 때도 있는 너

 

그러다가도 기회만 오면

입술 맞대며 사랑받길 좋아하는

궁둥이 달린 요물인 너.

 

 

 

[시작 노트]

모양과 색깔과 크기와 용도에 따라 많고 많은 그릇 중에 요물이 있다.

생김새나 색깔은 달라도 대부분이 손잡이와 받침이 있다는 게 공통점이지만 그 모양 또한 제각기 다르다.

그 안에 무엇을 담느냐에 따라 분위기를 달리하는 그릇이 잔이다.

마실 것을 담아 마시는 작은 그릇이 그냥 앉아만 있지를 않아요.

평소엔 찬장 속에서 숨소리도 내지 않고 앉아 있다가도 꺼내 주기만 하면 본색을 드러내는 요물로 변하거든요.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다가가 입맞춤 원하면서 궁둥이 비비기며 쳐다보며 그냥 있지 못하다가도 기회만 오면 입술 맞대며 사랑받길 좋아하는 궁둥이 달린 요물인 잔에 대하여 노래해 보았습니다.

목소리가 무디어 듣기 싫고 짜증이 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전홍구시인 약력]

『문예사조』 시, 수필 등단(1991)

한국문인협회 시분과 회원, 국제PEN 한국본부 회원, 한국크리스천문학가협회 이사, 서울시인협회 이사

수상 : 2008년 제11회 한국민족문학상 대상 수상

 2012년 세종문화예술 대상, 창작문학제 공모 최우수상 수상

 2023년 천등문학상 본상 수상, 별빛문학 대상 수상

 2024년 한국환경관리사총연합회 환경시 문학대상 수상

 2024년 제34회 한국창작문학 문학대상 수상

시집 : 제3시집『나뭇가지 끝에 걸린 하늘』외 전자 시집 4집 발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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