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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라젠 주가폭락, 붕괴위기
  • 이재희 기자
  • 등록 2019-08-03 04:23:51
  • 수정 2019-08-03 04:2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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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라젠이 개발 중인 항암 신약에 대한 임상 중단 권고가 나오자 시가총액이 하루만에 1조 원가량 증발했다. 신라젠은 미국 데이터모니터링위원회(DMC)로부터 1일(현지 시간) 항암 바이러스물질 ‘펙사벡’의 간암 대상 글로벌 임상3상에 대한 무용성 평가 결과 임상 중단을 권고 받았다고 2일 공시했다.

무용성 평가는 진행 중인 임상3상의 유효성과 안전성 등을 중간에 평가하는 것이다. 신라젠은 2015년 10월부터 펙사벡의 글로벌 임상3상을 진행해 왔다. 펙사벡과 다국적 제약회사인 바이엘의 간암치료제 ‘넥사바’를 함께 치료에 사용했을 때와 넥사바 단독으로 치료할 때 효과를 비교하는 방식으로 임상3상이 진행됐다.

그러나 8명의 종양학자로 구성된 DMC는 무용성 평가에서 “임상3상을 계속 진행하는 것은 기존에 비해 큰 실익이 없다”며 중단 권고 결정을 내려 신라젠의 임상3상 진행이 불투명해졌다. 이에 이날 신라젠 주가는 전날 종가 대비 29.97% 하락했고 하루 동안 시총 9486억 원이 증발했다. 다음 주에도 폭락이 이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 회사가 수조원대 가치를 인정받은 건, 바로 항암 신약 개발 때문이었다.

2006년 설립한 신라젠은 우두 바이러스의 유전자를 재조합하는 방식의 항암 바이러스인 펙사벡을 개발했다. 회사 측은 이 바이러스가 암세포만 공격한다고 주장했다. 기존 항암제는 암세포와 함께 일반 세포까지 공격하는 단점이 있었는데 이를 뛰어넘는 신약 후보라는 것이었다. 미국 FDA가 2015년 임상 3상을 허가했고 이런 기술력을 인정받아, 2016년에 적자 기업이었음에도 코스닥에 기술 특례 상장했다. 1만원대에 상장한 주가는 2017년 11월엔 15만2300원까지 치솟았다. 시총은 10조원을 돌파하면서 코스닥 시총 2위까지 올랐다. 이 회사의 목표처럼 2021년 펙사벡이 상용화되면 엄청난 수익이 날 것이란 기대감이 반영된 것이다. 하지만 신라젠은 한 번도 흑자를 낸 적이 없다. 작년에도 매출 77억원에 영업손실이 590억원이었다. 증권가 일부에서는 "대박 심리에 기대, 과도하게 주가가 오르내린다"는 우려가 나오기도 했었다.

증권가에서는 신라젠 직원들의 도덕적 해이(모럴 해저드)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신라젠은 68명(2019년 3월 기준)의 직원을 둔 중소기업이다. 신라젠 임직원들은 스톡옵션(주식 매수 선택권)을 행사해 큰돈을 벌었다. 이번 공시가 나기 전인 지난달 초 이 회사의 신현필 전무가 보유한 주식 16만7777주를 4회에 걸쳐 매각했다. 금액으론 무려 88억원어치다. 임원이 아니면 공시가 안 되기 때문에 다른 직원들의 주식 사전 매도가 있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작년에는 모 부장 2명이 스톡옵션을 행사해 40억~50억원의 수익을 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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