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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하이닉스 11년 만에 하반기 감산 돌입
  • 최원영 기자
  • 등록 2019-07-26 09:02:43
  • 수정 2019-07-26 09:1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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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메모리 반도체 생산량 2위 업체인 SK하이닉스가 하반기부터 감산에 돌입하기로 했다. 지난해 연말부터 D램 가격이 급락한데다 미ㆍ중 무역 분쟁과 일본의 수출 규제 사태까지 겹치면서 나온 고육지책으로 보여진다. SK하이닉스가 감산에 돌입한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로 반도체 시장이 꽁꽁 얼어붙었던 지난 2008년 이후 11년 만에 처음이다.

SK하이닉스 이천캠퍼스 전경.
SK하이닉스 이천캠퍼스 전경.

SK하이닉스 최고재무책임자(CFO)인 차진석 부사장은 “변화된 시장 환경과 추가적인 대외 변수에 효과적으로 대처하기 위해 D램과 낸드플래시 생산량을 줄여나갈 방침”이라며 “구체적 감산 수치는 밝히기 어렵지만, D램의 경우 올해 4분기부터 생산량이 차츰 줄어 들어 내년 생산량은 올해 보다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SK하이닉스가 감산 카드라는 극약처방을 내린 것은 바로 ‘어닝쇼크’ 때문. SK하이닉스는 올해 2분기에 1분기 대비 53% 줄어든 6,376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리는 데 그쳤다. 작년 2분기와 비교하면 무려 89%나 줄어든 수치다. 매출 대비 영업이익 수준을 나타내는 영업이익률은 9.9%로 1분기(20%)의 절반, 지난해 2분기(50%)의 5분의 1 수준으로 떨어졌다. SK하이닉스의 분기 영업이익이 1조원 밑으로 떨어진 것은 2016년 3분기 이후 처음이다.

실적 악화의 주범은 반도체 가격의 급락이다. 지난해 4분기부터 본격화된 반도체 수요 감소로 반도체 시장은 올해 상반기 내내 공급이 수요를 넘어서는 ‘공급과잉’ 상태를 벗어나지 못했고, 이는 반도체 가격 하락으로 직결됐다. 최근 일본의 수출 규제 여파로 반도체 가격이 깜짝 반등세를 보이기도 했지만, 지난해 8달러가 넘던 D램 고정거래가격(DDR4 8기가비트)은 지난달 3.31달러를 기록하기도 했다.

문제는 하반기 전망도 불투명하다는 점이다. 미ㆍ중 무역 갈등으로 시장 불확실성이 커진데다, 일본의 수출 규제로 자칫하다가는 국내 반도체 생산 공장이 멈출 수도 있다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일본 수출 규제 조치가 D램 등 SK하이닉스의 주력 제품 생산에는 아직까지 큰 영향을 미치지 않고 있지만 사태가 장기화 되면 상황이 달라질 거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차 부사장은 “일본의 수출 규제 품목에 대해서는 재고를 최대한 확보하고 수입처 다변화, 사용 최소화 등을 통해 생산에 차질이 없도록 노력하고 있다”며 “다만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생산 차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제 시장에서는 삼성전자의 행보에 이목을 집중할 것으로 관측된다. D램과 낸드플래시 합친 글로벌 메모리 반도체 1위인 삼성전자까지 감산에 나설 경우 메모리 시장의 수급 불균형 해소의 속도가 더욱 빨라질 것이기 때문이다. 아마존, 구글, 페이스북 등 글로벌 데이터센터 기업들의 시선이 한국에 쏠릴 수밖에 없는 이유다.

일각에선 삼성전자가 공식적으로 '감산' 계획을 내놓지는 못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주요 라인의 미세공정 전환 과정에서 발생하는 '자연적' 캐파 감소에 따른 생산량 조절이 아니라 인위적으로 투입량 자체를 줄이는 '감산'을 공식 발표할 가능성이 낮다는 얘기다. 지난 4월 열렸던 1분기 실적발표 때도 삼성전자는 "설비 재배치 등을 통해 생산라인 효율화를 결정했다"면서 "생산량에도 영향이 있는 것으로 이해하면 될 것"이라고 표현했다.

업계 1위인 삼성전자가 일방적으로 의도적인 감산에 나설 경우 글로벌 IT 업계에 미치는 파급력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예상되는 데다가 '가격담합' 의혹에 대한 비판에 직면할 수도 있다는 부담도 적지 않을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 삼성전자는 지난해 5월부터 현재까지 중국 경쟁당국으로부터 SK하이닉스, 마이크론과 함께 D램 가격 담합 의혹 관련 조사를 받고 있다.

다만 시기적으로 현재 일본의 반도체 핵심소재 수출규제 강화 조치로 시장 불확실성이 더욱 높아졌으며, D램 가격이 하반기에도 지속 하락할 것이란 전망이 나와 삼성전자도 웨이퍼 투입량 감소 등의 적극적 감산에 나설 수도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1분기 때 밝힌 D램 생산 라인 최적화 작업으로 발생한 자연 감산 외에 현재 추가적인 감산을 계획하지 않고 있다”며 “삼성은 적자를 보면서도 인위적인 감산에 돌입한 적이 한차례도 없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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