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려놓아라
밤이 새도록 삶을 아리게 한 슬픔이랑 미움은
눈 시린 여명의 윤슬을 반짝거리며 흐르는 새벽강물위에 내려놓아라
흐르는 강물위에 나를 띄워 보내고는
어둠을 젖히고 들려오는 하늘의 소리를 들어라
하늘의 소리에 양심이 아파 고개를 돌리던 순박한 사내의 귀가 열리어
성령을 들이듯이
세상엣 것 다 내려놓아라
그리하면 온 몸이 생명 숨소리로 깃털 같으리라
[시작노트]
새벽 어둠속을 유유히 흐르는 강을 보며 인류의 역사를 생각한다. 빼앗아 짓밟고 괴로워하고 슬퍼하고 미워하는 죄의 역사가 흐르고 있다. 그 죄의 수렁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인생들에게 신새벽의 여명같은 생명의 말씀을 듣게하고 싶은 것이다.
[정순영 시인 약력]
1974년 시전문지<풀과 별> 추천완료. 시집; ‘시는 꽃인가’ ‘조선 징소리’ ‘침묵보다 더 낮은 목소리’ ‘사랑’ 외 다수. 부산문학상, 봉생문화상 문학부문, 한국시학상, 세종문화예술대상 등 다수 수상. 세종대학교 석좌교수, <4인시>동인. 한국경기시인협회 부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