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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온과 갈대 -시인 오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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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등록 2022-09-17 18:1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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꼿꼿한 너를 솎아내지 못한 채 와온 바다에 왔다

저녁바람에 버석대는 노을이 어쩌자고

메우지도 못할 갈대의 속을 점점 붉게 물들인다

 

어느새 바다의 발목은 출렁이는 갈대밭

서로가 서로를 알아볼 수 없는 

너머의 시간은 잦아든다

 

오래 오래 품기 위해 꺾이지 않는

저 나래 춤꾼은 무엇을 낳으려

물든 바다를 이고 정토로 간다

 

와온과 갈대는 섞지 않은 한 몸이다

와야만 하는 흙과 물이다

가야만 하는 불이다, 바람이다

 

<시작메모>

 넘어가는 서해바다의 노을을 바라본다. 시간을 지나간다는 것은 고통이자 생의 미학이다. 해질녘의 애조와 탄식과 현란한 빛은 아무것에도 매이지 않는 유랑의 멜로디이다. 지고이네르 바이젠을 작곡한 사라사태의 심정이 이러했을까? 자연의 순리는 햇덩이를 올리고 집시의 달을 띄운다. 와온 바다와 갈대는 자유로운 예술혼이다. 

 

[오현정 시인 약력] 

 1989년 『현대문학』 시 등단. 『한국힐링문학』 수필 등단. 시집 『몽상가의 턱』 『라데츠키의 팔짱을 끼고』 등 10권. 동시집 『리나, 고마워』. PEN문학상, 한국문협작가상, 애지문학상, 숙명문학상, 김기림문학상대상, 한국문학비평가협회상, 박남수문학상 등. 한국시인협회 이사 역임, 한국문협 이사 역임. PEN 이사, 한국현대시협 이사, 한국여성문학인회 부이사장. 한국문학비평가협회 부회장, 한국힐링문학 부회장. 한국작가회의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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