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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조순미 대표, "'사망자 1566명' 제2의 가습기살균제 사태 막기 위해 비도덕적 기업 잡을 강력한 법적 장치 필요"
  • 이은수
  • 등록 2020-11-22 18:3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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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특조위, "제품 한개도 흡입독성시험 거치지 않고 출시"조 대표, "국민 건강과 생명 지키는 기업 만들기 위해 법 밖에 없다" 호소
조순미 한국가습기살균제피해자협의회 대표가 지난 12일 국회에서 열린 '소비자3법 입법 토론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포켓프레스 자료사진)
조순미 한국가습기살균제피해자협의회 대표가 지난 12일 국회에서 열린 '소비자3법 입법 토론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포켓프레스 자료사진)

“가습기살균제 사태는 비도덕적 기업과 무책임한 정부의 합작품입니다.”

조순미 한국가습기살균제피해자협의회 대표는 “기업들과 정부가 소비자들의 건강과 생명을 책임질 수 있도록 하기 위해 강력한 법적 장치 마련이 시급하다”며 이같이 지적했다.

그는 “10여년 째 투병으로 모든 것을 다 잃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중증피해자가 되어 하루하루의 삶에서 분노와 억울함으로 살아 왔다”며 “더욱 심각한 것은 이 병이 악화되고 있다는 것”이라며 근황을 전했다.

지난 2007년부터 2009년까지 애경과 옥시 등의 가습기살균제 제품을 써오다가 2009년 11월 쓰러져 천식, 급성 호흡부진 등을 앓아온 조순미 대표는 2017년부터 산소호흡기를 사용해야 하는 그야말로 중증환자가 됐다고 설명했다. 치료 중에도 가까스로 꾸려오던 사업체도 2015년 접어야 했다.

그는 “안전하고 인체에 무해하다는 광고 때문에 아무런 경계심 없이 가습기살균제를 사용한 게 무슨 잘못인가”라며 “한 국민의 삶을, 가정을 송두리째 파탄내 놓고서도 기업과 정부는 아무도 책임을 지려 하지 않는다. 무엇을 신뢰해야 할지가 무너져 내렸다”고 토로했다.

안전성 검사 실시하지 않고, 위험성 알고도 출시...사태 불거지자 책임 떠넘기기에 급급

가습기살균제 사태는 지난 2006년부터 원인 미상의 영유아 폐렴이 발생해 오다가 지난 2011년 한국을 떠들썩하게 했던 산모와 신생아의 원인 미상의 사망사건을 통해 드러나게 됐다.

정부가 인정한 가습기살균제 피해자는 총 3284명(9월 기준), 이중 1566명(10월 기준)은 사망했다.

‘가습기살균제 사회적참사특별조사위원회(이하 특조위)’는 지난 7월 가습기살균제 피해자가 67만명에 달할 것이라는 추정치를 내놨다. 그러나 지난 9년 동안 정부가 공식 접수한 피해자수는 약 1%인 6800여명에 불과하다.

지난 18일 특조위에 따르면 가습기살균제가 처음 출시된 1994년부터 판매가 중지된 2011년까지 시장에 나온 가습기 살균제 제품은 모두 48종, 판매 개수는 995만개다. 그러나 그중에 흡입독성시험을 거친 제품은 단 한 개도 없었다.

1992년부터 이미 국내에는 흡입독성시험 기준이 마련돼 있었고 미국과 일본 등 국외에서는 화학물질 흡입 시 흡입, 분포, 대사 등에 관련한 다양한 연구가 수행되고 있었다. 이와 관련 특조위는 흡입독성시험을 실시할 수 있었음에도 당시 기업들이 이를 수행하지 않고 제품을 출시한 것이라고 결론지었다.

조 대표는 “애경산업은 SK케미칼로부터 '가습기 메이트' 원료를 받아 단순히 제조와 판매만 했을 뿐이라고 주장해왔지만 애경산업이 2002년 이전에 '가습기살균제의 흡입독성에 관한 보고서'를 입수한 사실이 확인되기도 했다”며 분개했다.

이어 그는 “제품을 출시한 기업들은 인과관계가 불명확하다며 책임을 회피했으며 환경부, 산업통상자원부 등 정부 부처들 또한 소관 부서를 따지며 책임을 떠넘기면서 정부와 기업 모두 책임을 회피하는 사이 피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난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지난 10월 안전성평가연구소는 가습기살균제의 성분이 폐를 굳게 만드는 폐 섬유화를 유도하고 임신 동물을 중독시키고 태자의 발육 지연에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 결과를 내놨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 등 도입돼 무책임한 기업 활동 뿌리 뽑아야

지난 해 12월13일 국회에서 가습기살균제 피해자 기자회견이 열리고 있다. (사진=포켓프레스 자료사진)
지난 해 12월13일 국회에서 가습기살균제 피해자 기자회견이 열리고 있다. (사진=포켓프레스 자료사진)

“이제 남은 것은 강력한 제도 뿐입니다.”

조순미 대표는 단호하게 이야기했다.

조 대표는 “가습기살균제 사건은 2011년에 공론화됐지만 2019년에야 수사가 마무리돼 관련자들에 대한 공소 제기가 완료됐으며 올해에 이르기까지 다수의 민사 소송이 계속 진행 중인 상황”이라며 "가해 기업들과 정부 관계자들에 대한 처벌 수준과 범위가 미약하기가 말로 하기 어려울 정도"라고 지적했다. 

이처럼 처벌수위가 낮고 처벌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다 보니 이러한 사태가 재발할 수 밖에 없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조 대표는 "기업이 눈 앞의 작은 이익을 위해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앗아가는 제품을 출시하지 못하도록 하기 위해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비롯한 징벌적 손해배상제도와 집단소송제도 등 강력한 법적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 순간, 이 정권에서 기업의 윤리를 실현케 하는 법 제정에 뜻이 모아졌다”며 “다시는 국민들의 눈과 입에서 더 이상 피눈물과 곡소리가 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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