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바람소리 스산하게 쌓이는 계절
싸르락싸르락 잎들 옷 벗는소리
농익은 가을 꼬리 잘라버리고
세포란 세포 모두 구멍 좁히며 겨울을 덮는다
못 이룬 것 못한 것 못 가본 곳
무수히 많은 못 이야기
부글부글 끓는소리
계절이 얼마나 바뀌어야
마음 속 허탈 지울 수 있을까
틈틈 들려오는 심장 때리며
허공 난도질하는 소리에
유행성 감기 콜록인다
아무리 고쳐먹고 또 먹어도
배 부르지 않는 허기에 기생한 공허
정신 좀 차리게 확, 뒤집어 허공에 훌훌 뿌려볼까
공허나 허공이나 텅 빈 건 같아
허공공 허공공
길 밟고 서서
길 잃은 이성 윤리 노숙자 되어
길거리 배회하고 있다
계급전쟁 부자와 빈자의 이야기에 세계인들이 공명하고
‘기생충’ 오스카상에 기생하고
아시아주의적 담론 기생이란 단어에 열광하는 세상
수천 년 전 꽃들도 이곳을 지나갔을 것이다
한 문장을 기생시키기 위해 매일 밤 별빛으로 눈썹을 심는다
눈썹 사이로 흘러내리는 갈색눈물 흥건하게 기생하는 밤
[이정화 시인 약력]
초등학교 교사 역임. 문예사조 등단(2001)
한국방송통신대학교 중어 중문과 졸업
한국지역사회교육협의회 예절 강사 연합회장
영등포교도소 예절 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