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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 생 -시인 이정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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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등록 2020-11-20 06:1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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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바람소리 스산하게 쌓이는 계절

싸르락싸르락 잎들 옷 벗는소리

농익은 가을 꼬리 잘라버리고

세포란 세포 모두 구멍 좁히며 겨울을 덮는다

 

못 이룬 것 못한 것 못 가본 곳

무수히 많은 못 이야기

부글부글 끓는소리

 

계절이 얼마나 바뀌어야

마음 속 허탈 지울 수 있을까

틈틈 들려오는 심장 때리며

허공 난도질하는 소리에

유행성 감기 콜록인다

 

아무리 고쳐먹고 또 먹어도

배 부르지 않는 허기에 기생한 공허

정신 좀 차리게 확, 뒤집어 허공에 훌훌 뿌려볼까

 

공허나 허공이나 텅 빈 건 같아

허공공 허공공

길 밟고 서서

길 잃은 이성 윤리 노숙자 되어

길거리 배회하고 있다

 

계급전쟁 부자와 빈자의 이야기에 세계인들이 공명하고

‘기생충’ 오스카상에 기생하고

아시아주의적 담론 기생이란 단어에 열광하는 세상

 

수천 년 전 꽃들도 이곳을 지나갔을 것이다

한 문장을 기생시키기 위해 매일 밤 별빛으로 눈썹을 심는다

눈썹 사이로 흘러내리는 갈색눈물 흥건하게 기생하는 밤

[이정화 시인 약력]

초등학교 교사 역임. 문예사조 등단(2001)
한국방송통신대학교 중어 중문과 졸업
한국지역사회교육협의회 예절 강사 연합회장
영등포교도소 예절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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