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득 부르는 소리
누구실까?
가을 햇살이 카랑카랑한 한낮이었다
잘 익은 볼레*가 지천이었다
땀을 졸졸 흘리며 정신없이 따먹고 있었다
“종호야!”
돌아보니 아무도 없고
외딴 잡목 숲속, 여기가 어딜까
사방이 무덤 속 같았다
갑자기 두려워져
목에서 꺼억꺼억 소리가 났다
허겁지겁 높은 데로 올라가 둘러보니, 멀리
조개껍질 같은 마을과 바다가 보였다
카랑카랑한 햇살 아래
파도가 갈매기처럼 일렁이고 있었다
그 후, 80노인이 된 지금도
아무 때 어디서나
무엇엔가 매몰되어 나를 잃을 때
“종호야!”
소스라쳐 돌아보면 아무도 없고
익숙한 듯 생소한
나를 깨우는 그 목소리
누구실까?
*볼레: 보리수. 잎이 은회색인 관목의 팥알 크기의 붉은 열매의 토속어.
가을에 자잘한 열매가 잎 사이에 많이 달리고 달콤하다.
[김종호 시인 약력]
’39년 제주애월 출생. 중등미술교사 은퇴. 07년 <문예사조> 시 등단.
한국문인협회 회원, 제주문인협회회원, 국제PEN제주지역회원, 한국크리스천문학가협회 회원
한국경기시인협회 회원. 애월문학회 초대회장.
2017. 11. 제1회 유화전.
2018. 제주문학상 수상.
저서 :시집 <뻐꾸기 울고 있다><설산에 올라서><순례자> <소실점> <날개>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