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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재계선 '독소조항' 3%룰 폐지해야...민주당은 "원안 유지...보완책만 마련"
  • 이은수 기자
  • 등록 2020-10-18 20:4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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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3%룰 놓고 논란 이어져...전문가들도 의견 갈려
지난 15일 중소기업진흥원에서 민주연구원 주최로 재계와의 공정경제3법 간담회가 열렸다. (사진=김민호 기자)
지난 15일 중소기업진흥원에서 민주연구원 주최로 재계와의 공정경제3법 간담회가 열렸다. (사진=김민호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이번 정기국회 통과를 목표로 추진 중인 공정경제 3법(상법 일부개정안·공정거래법 전부개정안·금융그룹감독법 제정안) 중 핵심 독소조항으로 꼽히며 최근 급격히 논란의 중심에 선 조항이 바로 상법개정안의 3%룰이다.

재계에서는 3%룰을 도입하면 해외투기자본에 경영권을 뺏길수도 있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지만 민주당은 재계와의 간담회 등을 거쳤음에도 “크게 문제될 것 없다”, “보완장치를 마련하는 게 중요할 것”이라며 개정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한편 전문가들도 3%룰을 폐지하는 것이 정답이라며 폐지론을 펴고 있는 측과 경영 투명성을 위해 도입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입장으로 나뉘고 있다.

재계, “3%룰 도입되면 해외자본의 먹잇감 될 것”

3%룰이란 대주주의 지나친 영향력 행사를 막고 감사위원의 독립성을 확보해 경영의 투명성을 확보하는 것은 물론 소액 주주를 보호하는 것을 목적으로 상장사의 감사 또는 감사위원을 선임할 경우 해당 회사의 지배주주가 의결권이 있는 주식의 최대 3%만 행사할 수 있도록 제한한 제도다.

국회에 제출된 상법 개정안은 감사위원 1명을 별도 절차로 뽑도록 했다. 이때 지배주주와 특수관계인의 의결권은 최대 3%로 제한된다. 기존에는 이사를 선임한 뒤 그중에서 감사위원을 선임했다. 사실상 대주주 입맛에 맞는 사람으로 감사위가 채워진다는 비판을 받았다.

그러나 재계는 해외자본이 적은 의결권으로도 자기 사람을 감사위원으로 뽑을 수 있고, 이를 통해 기업비밀을 빼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재계 한 관계자는 “3%룰이 도입되면 대주주의 의결권이 크게 제한돼 우리 기업들이 해외자본의 먹잇감이 될 것”이라며 “기업들이 경영권 방어에 굉장히 큰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이라며 폐지를 강력하게 주장하고 있다.

재계에 따르면 우리 기업들이 해외 투기펀드의 머니게임에 악용될 소지가 높고 투기펀드 등이 3%씩 지분을 쪼갠 후 연합해 회사를 공격할 수 있고 그렇게 이사회에 진출한 후에 이사회의 각종 안건에 제동을 거는 방법으로 경영을 방해하면서 공격자 지분 고가매수 요구 등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한국산업연합포럼(KIAF)이 지난 13일 국내 주요 대기업 15곳을 대상으로 3%룰을 적용해본 결과 감사위원 분리선임 시 헤지펀드의 주주제안에 외국인 주주들의 53.1%가 동조하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LG화학·SK텔레콤 등 국내 대기업 15곳 중 13곳의 기업에서 전체 의결권의 25% 이상을 확보하게 될 것이라는 시뮬레이션 결과도 내놨다.

정만기 KIAF 회장은 “3%룰이 원안대로 시행되면 대부분의 한국 대표 기업들이 외국 헤지펀드의 공격에서 자유롭지 못하게 될 것”이라며 “감사위원을 꼭 분리해 선출해야 한다면 최소한 의결권 제한은 두지 말아야 한다”고 밝혔다.

민주당, 원안 유지에 무게...보완책 검토

그러나 더불어민주당 지도부는 지난 14일과 15일에 걸쳐 재계와 가진 두 차례의 간담회를 가졌음에도 여전히 '원안 유지'에 무게를 싣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법 통과 시 국내기업이 외국계 헤지펀드로부터 경영권을 위협받을 가능성이 커 최소한의 보완장치는 만들겠다는 방침이다.

민주당 정책위원회 산하 공정경제 태스크포스(TF)와 싱크탱크인 민주연구원은 각각 14일과 15일 한국경영자총협회 등 경제단체와 정책간담회를 개최했다.

홍익표 민주연구원 원장은 15일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간담회를 마친 뒤 "공정 3법이 건전한 경제 생태계를 조성해 기업의 혁신을 촉진한다는 취지에 대해선 참석자 모두가 공감했다"며 "민주당은 3법이 자유로운 기업활동을 약화해선 안 된다는 점에 공감했다"고 말했다.

홍 원장은 이날 "(당과 경제계 간) 협상 절충안이 논의되지는 않았다"며 "현재까지는 정부 입법안 안에 있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다만 재계의 우려를 반영해 주주권 행사 시 주식 의무 보유 기간을 두거나, 투기펀드가 이사회 진출을 시도하는 경우에 대비한 방어 장치를 별도로 마련하는 등 보완 장치를 마련할 가능성이 있다.

전문가들도 '폐지' '원안 통과' 등 의견 갈려

전문가들은 3%룰을 폐지해야 한다는 입장을 펴고 있다.

주주의 의결권은 주주가 가지는 재산권인데 이를 불분명한 이유로 제한하는 것은 3%룰이 자본주의의 기본 원칙을 부인하는 것이라는 입장이다. 헌법상 재산권 침해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민간 기업들에만 3%룰을 적용하는 것도 문제라는 지적도 나왔다. 감사 선임에 있어 대주주 의결권을 제한하는 것은 회사 경영에 대한 제대로 된 감사가 주된 취지인 만큼 3%룰 적용 대상이 아닌 공적 법인들에도 똑같은 논리가 적용돼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또 다른 전문가는 "총수 일가의 불법 탈법 행위를 이사회가 견제하지 못하고 거수기 노릇만 해 온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3%룰이 필요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해외 경쟁 기업의 관계자가 투기 자본과 결탁해 우리 기업의 감사위원에 선임되어 기밀이 유출되고 소송 남발로 기업 경영이 침해된다는 과장된 선동을 접어야 한다”며 "독립성을 확보한 감사위원 1명이 경영권을 위협한다는 것은 지나친 과장"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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