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은 라이너 마리아 릴케의 비애
뇌에 불을 지르며 당신을
피로 실어나르는 루 살로메*는
오늘도 뮌헨의 숲에 내리는 비를 맞는다
로뎅의 마을로 초청된 생각하는 사람의 어깨 위로
때 이른 첫눈이 내리고
프라하의 커피 향속으로
루의 손을 잡고 드는 나는
출입이 통제된 두이노성 밖에
서 있는 상수리나무 비애로 목욕 한다
들판에 놓고 간 바람을 잡을 수도
당신 없이는 사랑할 수도 없는
기억들을 나무에 새기며
하늘 틈새로 들려오는
어머니의 선율 껍질을 하나씩 벗기는
내 젊은 날의 그 마을 ‘카페, 루’
지금도 해변 묘지로 밀려오는
폴 발레리의 석류를 가슴으로 익힌다
하팅베르크*의 피아노 소리에 놀라 일어나는
라이너 마리아 릴케의 9월.
*카페, 루:라이너 마리아 릴케를 생각하는 사람들이 모이는 카페.
*루 살로메 : 릴케에게 정신적으로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첫 번째 연인, 본명은 루 안드레아스 살로메, 루로 부르기도. 릴케는 그녀에게 “ …내 뇌에 불을 지르며 나는 당신을 피로 실어 나른다“는 헌정시를 씀.
*하팅베르크 : 피아니스트인 릴케의 두 번째 연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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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삼헌 시인 약 력]
경향신문(62년 시 등림), 한국문인(2004년 수필), 현대시인협회․한국기독시인협회․국제PEN 회원(시), 시집 “의정부행 막차를 타고”, 중대문학상․미당문학상 수상(2016), “3인 시집 여울목 장승 촛불(20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