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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위의 빗방울 -시인 김수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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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등록 2020-10-08 10:1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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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위에 내린 빗방울은

어깨위에 내린 빗방울과 만나서

몸을 적시고

발 끝에 내려와서

골목을 지나 바다에 이르러

다시 머리위로 돌아온다

거대한 원 속에 하늘과 나무를 담기도하고

흐르면서 아가 웃음소리를 내기도하고

우산 위에서 마림바 소리를 내며 구르기도 한다

 

비가 그리는 원은

물구나무서기를 한 걸까

검은 모자위에 모이는 검은 빗방울

바이러스가 비말로 들쑤시면

머리는 벌집처럼 윙윙거린다

풍금소리 자장가를 기억하기가 어려워진다

 

빗방울의 변신은

세찬 바람과 함께

열 걸음도 못가서 나를 지하도로 몰아넣고

밖으로 나오면

자하도로 쫒겨 들어간다

 

비가 만든 강이 소용돌이를 멈추면

하늘과 숲은 여전히 푸르러지만

나는 거대해진 원 속에서 점점 작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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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연 시인 약력]

2016 <부산시인> 봄호 등단. 부산 시인 협회, 부산 문인 협회, 부산 가톨릭 문인협회 회원. 시집 '낯선 정거장에서 파도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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