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위에 내린 빗방울은
어깨위에 내린 빗방울과 만나서
몸을 적시고
발 끝에 내려와서
골목을 지나 바다에 이르러
다시 머리위로 돌아온다
거대한 원 속에 하늘과 나무를 담기도하고
흐르면서 아가 웃음소리를 내기도하고
우산 위에서 마림바 소리를 내며 구르기도 한다
비가 그리는 원은
물구나무서기를 한 걸까
검은 모자위에 모이는 검은 빗방울
바이러스가 비말로 들쑤시면
머리는 벌집처럼 윙윙거린다
풍금소리 자장가를 기억하기가 어려워진다
빗방울의 변신은
세찬 바람과 함께
열 걸음도 못가서 나를 지하도로 몰아넣고
밖으로 나오면
자하도로 쫒겨 들어간다
비가 만든 강이 소용돌이를 멈추면
하늘과 숲은 여전히 푸르러지만
나는 거대해진 원 속에서 점점 작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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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연 시인 약력]
2016 <부산시인> 봄호 등단. 부산 시인 협회, 부산 문인 협회, 부산 가톨릭 문인협회 회원. 시집 '낯선 정거장에서 파도 읽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