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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위의 가을 -시인 김두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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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등록 2020-09-23 09:0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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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가을 나무들은 사정없이 옷을 벗고

가지에 아직 매달려 있던 잎 바람 타고

좁은 어깨 툭 치며 내려앉을 때

동무를 만난 듯 반갑다

 

안개비에 젖은 아기단풍 물방울 머금고서

늦도록 나보다 더 붉은 녀석 있으면

나와 보라 눈에 힘을 준다

 

이 고운 빛은 어디에서 왔을까?

 

젖은 땅에 엎드린 아기단풍잎을 보고

허리 굽혀 뜨거운 손 갖다 대니

녀석은 바르르 떨며

괜찮다, 괜찮다 한다

 

손 안에 든 아기단풍잎이 따뜻해져

뒤돌아보는 나의 길

가을은 황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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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두녀 시인 약력]

1994년 <해평시> 등단. 서양화가. 한국작가회 고양지부장. 한국시인협회, 국제pen한국본부 회원. 서울시인상, 경기도문학상 본상 수상. 시집; “여자가 씨를 뿌린다” “삐비꽃이 비상한다” “꽃에게 묻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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