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 속눈썹이 고와
내 슬픔들이 걸어가
주렁주렁 맺히고 싶은
가을에는
헤어져 더욱 낮은 소리로 기도하는
바람이 되자
바람이 되어 떠나는
죄도 안 된다는
가을 이별
하늘과 땅 아득해지거든
꽃 지는 가을 빈 손으로
겸허하게 묵시록 읽는
바람이 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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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경회 시인 약력]
2002년 계간《시의 나라》 신인상 등단. 시집으로 『노래의 빛』 『외나무다리 저편』 『말을 걸었다』 등. “셋” 동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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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에 어울리는 시 잘 읽었습니다. 시인님 가을에도 평안하시길!
속 시끄러운 시절임에도 가을은 여전히 우리 앞에 섰네요. '기도하는 바람'처럼 겸허히 성숙의 계절을 맞이해야겠어요. 선생님 모습 같은 곱고 단아한 시 잘 감상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