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로 오기 전에는 비만 오면 어머니
외출했다가도 부리나케 집 안으로 돌아와
쏜살같이 달려가던 장독대
항아리들 뚜껑 닫기에 정신이 없었는데
췌장암이었다 이미 3기였다
사람은 양수에서 나와 추깃물이 되고
흙에서 난 것들 먹고 흙으로 돌아간다
소임 다하고 땅으로 가는 항아리들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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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하 시인 약력]
1984년 중앙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 시집 『우리들의 유토피아』『뼈아픈 별을 찾아서 』『예수ㆍ폭력』 등. 평전 『영원한 자유인 공초 오상순』『청춘의 별을 헤다: 윤동주』 『최초의 신부 김대건』 『마지막 선비 최익현』 등. 현재 중앙대 문예창작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