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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녀醫女소리꾼(도경회 시인) -시인 정순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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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등록 2020-09-07 07:0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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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이 아릴수록 우수에 젖어 눈부시게 웃는

하얀 백목련이라면

 

송이송이 어여쁘게 피는 아우꽃들의 손에 손을 잡고

한 숨 돌리는 어스름 녘 겸허한 바람으로

푸르디푸른 남강물에 가슴의 적물積物을 푸는

 

이슬방울에 귀 대어야 들리는

해맑은 풍경의 아리따운 가락을 소리하는

착한 소리꾼

 

성당의 종소리가 세상을 위로할 때는

성경에 손을 얹고 일생을 의롭게 살며 나의 간호를 받는 사람들의 안녕을 위하여 기도하는

의녀 소리꾼

 

세월에 알알이 맺힌 아픔을

물소리 바람소리 안고 다스리는 서정의 소리꾼

 

안으로 다독인 소박한 슬픔들이 사뿐사뿐 걸어와

언제 한번은 한恨의 꿰미를 마음 턱 풀어놓고 울음 울고 싶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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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순영시인 약력]

74년 <풀과 별>(이동주, 정완영)추천완료. 시집 <시는 꽃인가> <사랑> 외7권. 부산문학상, 한국시학상 외 다수 수상. 부산시인협회 회장, 국제pen한국본부 부이사장, 동명대학교 총장, 세종대학교 석좌교수 역임. <4인시>동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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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에 2개의 댓글이 달려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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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iya03172020-09-09 11:25:50

    소리없이 말없이 제 있는 자리에서 피고지는 꽃처럼 그렇게 제 일 착실히 하는 사람들이 있어 세상이 그나마 이렇게 유지되는가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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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u7all2020-09-09 10:13:59

    송이송이 아우가 꽃이라면 저도 그 어느 한송이일텐데요, 아, 그러네요. 네다섯살 무렵, 여름이면 머리에 부스럼이 떡이 지곤했었어요. 아버지가 매일 소금물에 머리를 씻겼는데 얼마나 따가웠는지. 무서워서 숨죽이며 여름 한철을 보내던 어느날 언니가 머리를 감겼던 적이 있어요. 전혀 아프지 않았죠. 그리고 부스럼과 안녕을 했던 기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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