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비 내리는 시월, 다산초당을 찾아간다
눈썹 끝에 매달린 빗방울의 촉감이 아름답다
대숲 사이로 뚫린 오솔길, 바람 속에 묻어 있는
강진 앞바다가 토해낸 파도소리
그대 솔불 켜 밝히시던 정석 틈새엔
그리움만이 낙엽 썩은 잎으로 뒹굴고
이끼 낀 연못가엔 그대 씨 뿌린 백일홍 대신
소나무 한 그루 비에 젖어 고개 숙이고 있을 뿐
찢어진 문풍지 가을바람에 떨릴 때마다
대금소리 나는 다산초당 처마 밑
그대의 침묵 같은 정결한 목소리
그러나 슬픔에 겨운 바람소리 들으며
이 가을 빗속을 걸어간다
오매불망 그대에게 닿기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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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달수 시인 약력]
1997년 《심상》 등단. 부산광역시인협회 부이사장, 김민부문학제 운영위원장
시집:『달항아리의 푸른 눈동자』
수상:부산시인협회상(본상), 전국꽃문학상(우수상) 수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