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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 선 -시인 이지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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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등록 2020-08-14 07:0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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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프게도 소리 내지 못하는 건반처럼

가혹한 형벌을 받는 듯

삼키지도, 밷지도 못하는

입 다문 사물의 통증으로 가득 찬

체념어린 눈빛으로 멍하니 허공을 바라볼 뿐

 

무례하게도 온 몸을 뒤흔들고 지나간

누군가를 기억해낼 때마다

시퍼렇게 녹슬어가는 멍든 몸을 웅크린 채

간간히 안부를 물어오던 햇살을 떠올리면

잊었던 미소 되돌아오고

 

한낮에 기쁨이 사그라져 빛을 잃어가도

천천히 그림자를 밀어 넣으며

밤의 정물화 속, 하나의 객체가 되어

꼬깃꼬깃 접어 깊숙한 주머니에 넣어둔

화려한 색채를 가졌던 날들을 안주삼아

밤새 바다에 취하고, 어둠에 취해

뚝뚝, 검은 눈물 흘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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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언 시인 약력]

<문학공간> 등단. 문학공간작가회, 한국시인연대 회원, 한국문인협회 서정문학연구위원회 위원, 한국현대시인협회 중앙위원. 한국현대시인협회 사무차장. 한국문인협회 서대문문협 편집차장 역임. 시집; “달빛 벗 삼아” “시침질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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