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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도 우체통 -시인 김 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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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등록 2020-08-10 07:0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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긍께말이여라, 나가 쥐방울만 할 때는 춤 발라 우표딱지 붙여갔고 우체통에만 넣어주면 팔도사방 어디든 착착 배달된다고 배웠당께요. 그래서 골치 아픈 땡깡쟁이는 우표 붙여서 어디던지 콱 보내버릴 수 있다고 우리 엄니가 하도 으름장을 놓는 바람에 홀라당 겁먹는 일이 많았었지라.  독도에 올라갔는디 삘건 옷 차려입고 선걸음에 마중 나온 우체통을 봉께로 눈물이 핑 돌드만이라. 시상에 여그가 어디라고 편지 부친 사람에다, 그것 꺼내다가 배달하는 사람꺼정… 환장하게 반갑습디다. 그때 문득 파도치는 소리, 바닷바람 감아 도는 바위들의 노래, 괭이갈매기의 똥, 슴새의 말똥거리는 눈빛… 고것들 말고도라 독도 꺼라고 이름성명 딱 붙여불믄 향내 안 나는 것이 어디 있겄소 잉? 요 징허게 이쁜 것들 이마에다 우표딱지 붙여서 저 삘건 입술 안쪽에다 쏘옥 넣어만 주면 구만리 우주장천 배달 못할 데가 없단 말이지라 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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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눈에는 산지기 거문고처럼 영판 낯설던 우체통이 소낙비 폭설 따위는 한달음에 제쳐 불고 이 나라 삼천리에다 오대양 6대주는 물론이고 하다못해 섬놈들 콧구멍이나 배꼽까지도 착착 배달시킨다고 안 허요. 오메, 징하게도 신통방통 하구만이라. 동해가 섬놈들 넘어 다니며 도적질 하라고 생긴 바다랑가요? 독도가 지놈들 노적가리 쌓으라는 앞마당이랑가요? 저것들이 저리 뻔뻔시럽게 깐죽거리는 걸 보고 있을랑께 속이 다 터져부요. 밀어붙인 이마빡에다가 입도 뻥긋 못하게 강력본드로 속달우표를 탁! 붙여서 저 먼 화성으로나 보내부러야제 내 속이 시원하겄어라. 여태꺼정 지은 죄도 모질라서 게다짝 신고 직금도 죄 지을 궁리만 함시롱 “하이하이”“고랏고랏”“도스케키”“도마렛…”굽실거리는 저 심보 고약한 화상들을 화성이라고 맘 좋게 받아준당가요?

★김 종 시인 약력

• 1976년 중앙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

• 시집 『장미원』,『밑불』,『배중손 생각』,『그대에게 가는 연습』, 『간절한 대륙』 등 11권

• 저서『전환기의 한국현대문학사』, 『한밤의 소년』(역서), 『안성현 백서』(편저),등 10권

• 민족시가대상, 광주시민대상, 한국펜문학상, 제1회 한국가사문학대상 등

• 신동아 미술제 대상, 광주•서울•부산•대구 등 작품전 14회

• 대한민국 동양서예대전 초대작가, 한국추사서예대전 초청작가

• 제26회 추사 김정희 선생 추모 전국휘호대회 심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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