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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순 고소인 A씨 "4년 동안 성추행 당했다"
  • 이은수 기자
  • 등록 2020-07-13 15:2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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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부서 바꿔도 계속 연락, 텔레그램 비밀 대화방 초대해 음란 문자·속옷 입은 사진 전송
박원순 서울시장을 성추행 혐의로 고소한 전직 비서 A씨 측이 13일 오후 서울 은평구 한국여성의전화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그동안 받은 피해 내용을 공개했다. (사진=사진공동취재단 제공)
박원순 서울시장을 성추행 혐의로 고소한 전직 비서 A씨 측이 13일 오후 서울 은평구 한국여성의전화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그동안 받은 피해 내용을 공개했다. (사진=사진공동취재단 제공)

박원순 서울시장을 성추행 혐의로 고소한 전직 비서 A씨 측이 13일 오후 서울 은평구 한국여성의전화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그동안 받은 피해 내용을 공개했다.

A씨에 따르면 박 시장은 4년에 걸쳐 A씨에게 성폭력을 가했다.

A씨 변호인 김재련 변호사는 "박 시장은 업무시간은 물론 퇴근 후에도 피해자의 사생활 언급하고 신체를 접촉했고, 사진을 전송했다"면서 "피해자는 시청 내부에 도움 요청했으나 '시장은 그럴 사람 아니다'는 반응을 보였다"고 설명했다.

부서를 바꾼 뒤에도 개인적으로 연락하고, 텔레그램 비밀 대화방으로 초대해서 음란한 문자와 속옷만 입은 사진을 전송하는 등 지속적으로 피해자를 괴롭혀왔다. 심지어 안희정 전 충남지사와 오거돈 전 부산시장의 성추문 사건이 발생했을 때도 박 시장의 성추행은 이어졌다고 김 변호사는 설명했다.

김 변호사는 "올해 5월 12일 피해자를 1차 상담했고, 26일 2차 상담을 통해 구체적인 피해 내용에 대해 상세히 듣게 됐다"며 "하루 뒤인 5월 27일부터는 구체적으로 법률적 검토를 시작해나갔다”고 말했다.

이어 "성폭력특례법상 통신매체이용음란, 업무상 위력에 의한 추행, 형법상 강제추행 죄명을 적시해 7월 8일 오후 4시30분에 서울시경에 고소장 접수했고, 9일 오전 2시30분까지 고소인에 대한 1차 진술 조사 마쳤다"면서 "오늘 오전 피해자에 대해 온·오프라인 상으로 가해지고 있는 2차 가해 행위에 대한 추가 고소장을 서울지방경찰청에 제출했다"고 밝혔다.

이미경 한국성폭력상담소 소장은 "이 사건은 전형적 직장 내 성추행 사건임에도 피고소인이 고인이 돼 공소권 없음으로 형사고소를 더 이상 진행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며 "그러나, 이 사건은 진상규명 없이 넘어갈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한편, 이날 A씨는 박원순 시장 사망에 대한 입장문을 공개했다. 입장문 전문은 아래와 같다.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릴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미련했습니다. 너무 후회스럽습니다. 맞습니다. 처음 그때 저는 소리 질렀어야 하고, 울부짖었어야 하고, 신고했어야 마땅했습니다. 그랬다면 지금의 제가 자책하지 않을 수 있을까 수없이 후회했습니다.

긴 침묵의 시간, 홀로 많이 힘들고 아팠습니다. 더 좋은 세상에서 살기를 원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저 인간답게 살 수 있는 세상을 꿈꿉니다.

거대한 권력 앞에서 힘없고 약한 저 스스로 지키기 위해 공정하고 평등한 법의 보호를 받고 싶었습니다. 안전한 법정에서 그분을 향해 이러지 말라고 소리지르고 싶었습니다. 힘들다고 울부짖고 싶었습니다. 용서하고 싶었습니다. 법치국가, 대한민국에서 법의 심판을 받고, 인간적인 사과 받고 싶었습니다.

용기를 내어 고소장을 접수하고 밤새 조사를 받은 날, 저의 존엄성 헤쳤던 분께서 스스로 인간의 존엄을 내려놓았습니다. 죽음, 두 글자는 제가 그토록 괴로웠던 시간에도 입에 담지 못한 단어입니다. 저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아프게 할 자신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너무나 실망스럽습니다. 아직도 믿고 싶지 않습니다.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많은 분들에게 상처 될지도 모른다는 마음에 많이 망설였습니다. 그러나 50만 명이 넘는 국민들의 호소에도 바뀌지 않는 현실은 제가 그때 느꼈던 '위력'의 크기를 다시 한번 느끼고 숨이 막히도록 합니다. 진실 왜곡과 추측이 난무한 세상을 향해 두렵고 무거운 마음으로 펜을 들었습니다.

저는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까요? 하지만 저는 사람입니다. 저는 살아있는 사람입니다. 저와 제 가족이 보통의 일상과 안전을 온전히 회복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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