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써 외면했던 지난겨울 혹한 속에
칼금긋 듯 종적 없이 무너지던 그 기억들
어둠에 길들여지고 눈물에 힘을 얻고.
언 땅을 줄탁하 듯 기지개를 펴는 하루
허했던 가슴팍이 온기로 풋풋하다
하루가 천금이라고 진을 치는 봄볕 나절.
뉘 몰래 숨겼던 눈 살포시 뜨다 말다
이 꽃과 저 꽃 사이 심부름하는 바람
오가다 흘린 말들을 귀를 모아 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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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오선 시인 약력]
1985년 <월간문학> 신인상으로 등단.
시조집으로 『냉이꽃 안부』등 7권, 단시조집 『날마다 e-mail을』(세종도서문학나눔 우수도서 선정), 시조선집 『어눌한 詩』가 있으며
동시조집으로 『아가랑 할머니랑』 『머니 할』이 있음.
한국시조시인협회상, 이영도시조문학상 수상, 현대시조문학상 수상.
한국시조시인협회 부회장, 한국여성시조문학회 회장 역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