볕살은 팽개쳐진 유리 조각 안에서 부서지고
짓눌리는 평등으로 고요의 지경을 넓혀간다
목 타는 해바라기 고개를 꺾은 채 침묵하고
바람도 찌그러진 지붕 위를 미끄러진다
어둔 밤이 오고 별이 내리면
풀잎들이 일어서며 누군가를 밀어낼 듯 살기를 띠고
들판 건너 강물들이 조금씩 소리를 높여가면
새벽안개 타고 오는 저 물방울들
붉은 녹으로 땅 아래 깃을 치는 쇳조각과
어우러져 분노를 묻는다
아직도 여기는 위험 지대
채우며 비워가는 주검들의 윤회,
그래도 나팔꽃 한 가닥이 깃대를 기어오르며
끝자락이 아니라고
외치는 보랏빛 정적靜寂이 하늘에 처연쿠나
누구든 선택으로 실려 나가면
깃발이 없어도 부활이 일어서는 폐차장의 아침
풀잎들은 주검으로 가는 길을 용케도 비켜서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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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삼헌 (李三憲) 시인 약력]
경향신문 신춘문예(62) 등단, 한국문인(수필 신인상 2004) 현대시인협회,한국기독시인협회,국제PEN(시) 회원, 한국수필가협회 회원. 저서-시집<의정부행 막차를 타고>, <여울목 장승 촛불>(이삼헌 외 3인시집) 중대문학상‧미당시맥상수상(20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