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서해에 갈 때마다 -시인 구순희
  • 포켓프레스
  • 등록 2020-03-31 08:17:29

기사수정

 

해거름에는 작던 그림자도 길다

그때마다 목울대가 울컥거렸다

 

태양이 제 살 떼내어 먼 곳으로 보냈다가

돌려받는 저녁 무렵

생의 숨가쁜 고개에서 잠시 쉬며

눌렀던 울분 뱉어 낸다

입에 문 대추 붉은 속살 발라내

한 줌 가루 뿌리듯 그 씨를

저무는 바다에 확 뿌린다

온몸에 소금물 묻히지 않고는

비린내로 건너지 않고는 갈 수 없지만

눈먼 욕망의 발에 차여 지척에 떨어지는

목울대 넘어오는 슬픔의 씨

 

지는 해 바라보면 등 돌리고 멀어진

한 시절의 사람 이미 용서했는데

아직도 목울음이 나온다

---------------------------------------------------------------------------

[구순희 시인 약력]

*1981 <현대시학> 등단. <월간문학> 편집위원

*시집 : “내 안의 가장 큰 적”, “수탉에게 묻고 싶다”, “내려놓지 마” 등

0
  • 목록 바로가기
  • 인쇄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
error: 관리자에게 문의하여 주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