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거름에는 작던 그림자도 길다
그때마다 목울대가 울컥거렸다
태양이 제 살 떼내어 먼 곳으로 보냈다가
돌려받는 저녁 무렵
생의 숨가쁜 고개에서 잠시 쉬며
눌렀던 울분 뱉어 낸다
입에 문 대추 붉은 속살 발라내
한 줌 가루 뿌리듯 그 씨를
저무는 바다에 확 뿌린다
온몸에 소금물 묻히지 않고는
비린내로 건너지 않고는 갈 수 없지만
눈먼 욕망의 발에 차여 지척에 떨어지는
목울대 넘어오는 슬픔의 씨
지는 해 바라보면 등 돌리고 멀어진
한 시절의 사람 이미 용서했는데
아직도 목울음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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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순희 시인 약력]
*1981 <현대시학> 등단. <월간문학> 편집위원
*시집 : “내 안의 가장 큰 적”, “수탉에게 묻고 싶다”, “내려놓지 마”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