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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월 -시인 박수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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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등록 2020-03-25 06:39:35
  • 수정 2020-03-25 06:4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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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판의 푸성귀가 졸고

오가는 이의 푸른 기운도 시들 즈음

할머니가 성경을 펼친다

스티로폼 상자에 자신을 모종처럼 심어놓고

들릴 듯 말 듯 읊조리는 소리

꽃샘바람이 책장을 넘기자

귀를 여는 까만 봉지와 풋내

목도리를 다시 둘러매는 할머니

나는 신발 끈을 고쳐매다가

기우는 가방에 흘러내리는 끈

어스름이 애인 같은 저녁이라고

저 모퉁이를 돌아가야 한다고

다음을 말하기도 조심스럽게 저물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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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빈 시인 약력]

2004년 시집 <달콤한 독>으로 작품활동. 경기문화재단 창작지원금 수혜, 시집 <청동울음> <비록 구름의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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