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은 나를 꿈꾸게 한다.
긴 겨울 어둡고 흐린 마음 밝히는
꽃등의 행렬 위를
유년의 기억들이 손잡고 아장아장 걸어와
잠자는 검은 땅 몰아치던
바람의 심술에도
새싹과 새순 내밀며 웃음으로 다가온다.
꽃 붓으로 툭툭 던지는
한 폭의 춘경도
언덕과 산을 붉고 노란 색깔로 칠하여
두둥실 푸른 하늘로 들뜨게 하곤,
겨우내, 고독과 우울의 한기 녹이며
아롱아롱 물드는 세상
봄 신명에 스르르 잠드는 나를
자꾸만 동심 속으로 빠져들게 한다.
봄은 나를 잠들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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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섭 시인 약력]
『월간문학』시 당선으로 등단. 시집『환상조』등 12권, 칼럼집 『동백과 산수유 사이』, 시감상집『시의 오솔길을 따라』, 평론집『서정의 미학』등. <윤동주문학상>, <조연현문학상>, <경상북도문화상>, <여산문학상> 등 수상. 한국문협 부이사장, 경북문협 및 경주문협 회장 역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