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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를 수선하다 -시인 고영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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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등록 2020-01-20 05:39:18
  • 수정 2020-01-20 05:4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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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한 모퉁이가 기울자 
팔순의 귀가 먹먹해지더니 서서히 동굴이 되어갔다

동굴이 깊어갈수록 외로움의 벽을 헹구는
티브이 소리만 집안가득 왕왕 구른다

담을 둘러싸고 꽃피우던 비파나무도
귀만 남아 안테나 성능 높이듯 이파리들이 파랗다 

골목 발소리나 리어카 구르는 소리
고양이 담타는 소리가 그리워서 일까

미세하게 스치는 말의 씨앗들이
청각 속에서 싹틔울 공허가 비틀거린다

헛소리가 비파 꽃처럼 뭉텅뭉텅 쏟아지던 날
자식들의 정성이 당신의 귓바퀴에 보청기를 걸자   

한동안 기울어진 동굴이 제자리로 돌아와    
소통의 생기가 나비의 날갯짓으로 출렁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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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영숙 시인 약력]
전남 곡성 출생. 2007년 ≪대한문학≫등단.
광주문인협회 이사, 한국문인협회 곡성지부 이사, 지리산섬진강권문학연대 회원, 산수문학 전 회장. 서은문학회 회원. 시·수필집 「 한가한 날의 독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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