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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베이터 -시인 배기환
  • 포켓프레스
  • 등록 2020-01-15 06:09:02
  • 수정 2020-01-15 06:1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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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를 휘돈 시간의 잔액을 챙기며
엘리베이터 속으로 다시 환승하네
잠시 나는 모든 생각의 혈소판을 꺼야 한다
빨갛게 부화되는 암수의 층계들이 하나하나
무너지고 무너져 내리는 층계 사이로
감금된 시간들이 번지점프를 한다.

밀폐라는 공간만큼 자유로운 곳은 없다
지금 어딘가에 은밀히 숨겨둔 시선視線하나가
또 내 심장을 투시하고 있다면
내가 존재하고 있다는 것이 몹시 서글퍼진다.
그러나 따지고 보면 우리의 삶 자체가
어차피 하나의 통과 과정이 아니든가.

녹색등 이마로 깜박거리며
수직으로 상승하고 수직으로 하강하며
삶의 애환들을 눅눅히 퍼 나르는 그의 원조는
아마도 두레박이었을 것이다.
오로지 한 길로 깨끗한 샘물만 길어 올리며
정직하게 삶을 살아가는 두레박이
바로 그의 조상이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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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기환 시인 약력]
경남 하동출생. 97년 『시문학』 등단.
부산문인협회 시분과위원장 역임. 부산환경문학회 대표
부산문학상 본상, 부산일보 해양문학상, 한국해양문학상 대상 수상.
시집≪젊음의 징비록≫외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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