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 욕실에 고양이가 산다
평소에는 조용히 숨죽이고 있다가
손빨래를 하는 날이면 깨어나서
‘야옹’하고 인사한다
힘들어서 허리 펴고 기지개를 켤 때도
빨래를 다른 통에 옮길 때도 졸졸
따라다니며 ‘야옹, 야옹’ 한다
맑은 물이 씨줄과 날줄을 오가며
더러움을 제 몸에 담고 하수구로 가면
기다렸다는 듯이 새 물이 콸콸 쏟아진다
더러운 물이 흘러가고 깨끗한 물로 채워지면
야옹이도 덩달아 신이 나서 ‘이~야~옹’ 노래한다
빨래가 끝날 때까지 내 몸 가장 낮은 곳에서
나를 받쳐주며 재잘거리고, 노래를 불러주었던
욕실에 사는 고양이, 오늘도 만나러 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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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다겸 시인 약력]
수원문인협회 시낭송분과위원장, 경기문학인협회 사무국장, 한국문예협회 시낭송회 회장.
한국문인협회 회원. 국제펜한국본부 경기지역위원회 운영위원.
시집『무지개 웃음』 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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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 참 예쁘고 좋네ㅛ
별밤에 시 감상하고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