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아닌 것이 없다
시시하게 가버린
내 인생 한 편 자국도
먼 먼 그날
그리움 되어
시 한 편으로 다가서기도 한다
오래전에 어떤 계기로
삼각지 로타리에 있었다.
배호의 최대 걸작
돌아가는 삼각지 노래가
붐을 일으킬 무렵이다
돌아가는 삼각지를 흥얼거리며
밤늦은 시간까지
호주머니에 두 손을 구겨 넣고
소방서 앞에서 상명여고 삼각지
시장 쪽으로 몇 번이고 돌고 돌았다
아마도
내가 삼각지로타리를
제일 많이 돌아본 것으로 짐작된다.
세월은 가고 오는 것
그립고도 먼 그날이
눈이 내리는 오늘
시 한 편으로
깨어진 소주병마냥
목메이게 다가서고 있다
문학의 진리로
그리움 되어 다가서는
그 길 그 거리
신세를 많이 지고 온
소방서 앞 구멍가게 아주머니도
옆자리 미스 신도
한 편의 시가 되어
내 가슴에 짤랑거리고 있다
그립고도 먼 그날처럼
눈이 내리는 오늘
누가 그 길 그 거리를 걷고 있을까
그 사람 한 번 만나보고 싶다
그리움 되어 다가서는
먼 먼 그날의 시 한 편을
눈길 뽀드득거리는 그 사람에게
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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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옥 시인 약력]
1987년 <시와 의식> 등단. 한국문인협회 회원. 시집 <춘양역에서> 등 다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