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어붙은 강
입을 봉하지 못한 구멍 사이로 나지막이 들리는
물의 맥박,
구멍 하나만으로 겨울의 심장을 만질 수 있다
새들이 날개를 펼쳐 놓은 듯
살얼음 위로 깃털문양이 느린 속도로 멈추었다 어느 날 불시착한 바람의 날개일까
남쪽을 향해 달아나던 물길이 뒤돌아본 흔적이 있다
바람의 결이 합쳐진 물의 결
마음이 마음을 껴안은 흔적은 쉽게 녹지 않는다
계곡을 지나 강의 끝 지점에 모여드는 순간, 물빛 따라 방향을 바꾸는 허공도 살여울에 부딪힌다
봄의 혀가 닿은 자리
얼음 속에 숨은 긴 혀가 우렛소리를 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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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재희 (본명 신춘희) 시인 약력]
경북 포항 출생.
2018년도 <열린시학> 신인상 등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