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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우살이 아내 -시인 김송포
  • 시인 김송포
  • 등록 2019-12-06 06:50:39
  • 수정 2019-12-06 06:5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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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아주 게으르다
겨우겨우 추위를 아슬하게 견디었다
아침이면 일어나지 못해 밥을 거스르기 일쑤다
'밥 잘 사 주는 예쁜 누나'를 보다가 12시를 넘기는 것 보통이다
남편이 벌어다 준 돈으로 겨우겨우 꾸려가는 살림살이에
기생하며 살아가는 한 떨기나무에 불과하다
가을이 되면 당신이 벌어다 준 콩의 열매를 맺기 위해 전전긍긍하고
아이들이 먹고 자란 나뭇가지에 어느새 자라서 싹이 트고
나의 주름은 껍질을 뚫고 늑골 속으로 들어가서
물을 빼앗아 먹는 기생 같은 아내였다
다만,
아들 둘을 두었기 때문에 자랑스러운 반 기생이라고 하자
멀리서 보면 머리에 하얗게 떨어진 새 둥지처럼
뿌리를 박고 겨우겨우 살아가는
늘 푸른 나무이고자 몸부림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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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송포 시인 약력]
2013년 ≪시문학≫ 등단. 시집 부탁해요 곡절 씨 외. 푸른시학상 수상, 현 '성남FM방송' 진행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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