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을 열어야 그에게 갈 수 있다
문을 열어야 그에게 말 걸 수 있다
문은 등 뒤에서 강물로 넘치다가도
문은 번번이 등 뒤에서 수갑을 채운다
문 앞에 선다
문고릴 잡고 선 시간 속으로
공기벽이 견고하게 잠기는 걸 듣는다
침묵이 터져나갈 곳을 찾지 못해
제 홀로 채워지는 걸 듣는다
문지방 하나 건너가면 될 걸
웃음 한 번 흘려주면 될 걸
눈빛 한 번 피하지 않으면 될 걸
알면서도 행하지 못하는 어리석음을
불면증에 시달려보지 못한 문이 낄낄거린다
꽃 피기를 기다려보지 못한 문이 혀를 찬다
------------------------------------------------------------
[김금용 시인 약력]
1997년 《현대시학》 등단. 시집 『광화문쟈콥』『넘치는 그늘』『핏줄은 따스하다,아프다』중국어번역시집『나의 시에게』외 2 권. 펜번역문학상, 동국문학상, 산림문학상, 손곡문학상, 한국번역문학원 번역기금, 세종우수도서(2015) 선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