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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와 김기현 전 울산시장의 '울산고래고기' 진실 공방
  • 최원영 기자
  • 등록 2019-12-03 07:25:21
  • 수정 2019-12-03 07:3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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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 고래 고기 사건이 3년 만에 사회적 쟁점으로 다시 부각되고 있다.

청와대 특별감찰반 소속의 한 수사관이 극단적인 선택을 한 이유를 놓고 청와대가 고래 고기 사건을 들먹였기 때문이다.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
김기현 전 울산시장
김기현 전 울산시장

 

청와대는 2일 청와대 특별감찰반(특감반) 직원들이 지난해 울산에 내려간 것은 김기현 전 시장 사건 때문이 아니라 당시 민정비서관실 주관으로 ‘고래고기 사건’을 둘러싼 검·경 간 엇박자 실태를 점검하기 위해 현장을 청취하기 위한 것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당시 특감반원들은 경찰청 수사관들만 만나고 검찰은 방문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청와대의 이 같은 해명에 의문을 나타내고 있다.

청와대 하명수사 의혹이 제기된 ‘울산시장 비리첩보 사건 수사’의 당사자인 김기현 전 울산시장은 이날 “기관 간 이해충돌 실태를 점검하는 차원에서 울산 고래고기 사건에 대한 현장 대면 청취를 하러 갔다”는 청와대의 해명에 대해 거짓말이라고 반박했다.

그는 특감반원들이 황운하 울산지방경찰청장 부임 후 쫓겨난 ‘김기현 수사팀’ 직원들을 다독이려고 내려온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 전 시장은 “2018년 1월 민정수석실의 ‘백원우 별동대’로 불린 특감반원들은 고래고기 수사를 담당하는 울산경찰청 광역수사대가 아니라 ‘김기현 사건’을 수사하던 지능범죄수사대 팀원들을 만나고 갔다”며 “검찰 쪽은 만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도대체 울산고래 고기 사건이 뭔가? 3년전으로 거슬러 올라가 보자.

사건은 2016년 5월 25일.

울산경찰청은 '밍크고래 불법포획 유통업자 및 식당업주 검거'에 대한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울산중부경찰서가 불법 포획된 밍크고래를 판매한 총책과 식당업자 등 6명을 현행범으로 체포, 그중 육상 운반책과 식당업주 등 2명을 구속했다. 또 현장 냉동창고에 보관 중이던 시가 40억원어치 밍크고래 27톤(밍크고래 40마리 상당)을 압수했다. 밍크고래고기는 kg당 15만원에 판매될 정도로 고가다.

그러나 이 고래고기 사건을 송치받은 울산지검은 당시 포경업자들에게 고래고기 27톤 중 일부인 21톤을 돌려줬다고 환경단체가 2017년 9월 13일 폭로하면서 수면위로 다시 불거졌다.

해양환경단체 핫핑크돌핀스는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이 업자에게 고래고기를 환부(돌려줌)했다"고 폭로했다. 핫핑크돌핀스는 "울산지검에 확인한 결과, 당시 이 사건 담당 검사는 고래고기의 불법 여부가 바로 입증되지 않았고 마냥 기다릴 수가 없다는 이유로 일단 업자들에게 압수한 고래고기를 환부했다고 한다"고 밝혔다.

이 단체는 "불법을 근절해야 할 검찰이 오히려 불법 포경업자들 손을 들어주고 장물을 유통시킨 꼴"이라면서 "결과적으로 포경업자들은 울산고래축제를 앞두고 21톤의 고래고기를 돌려받아 막대한 수익을 올렸다"고 지적했다. 업자들은 돌려받은 고래고기를 유통시켜 30억원 상당의 이익을 취한 것으로 알려졌다.

핫핑크돌핀스는 울산지검을 고발하는 고발장을 울산경찰청에 제출했고, 황운하 울산경찰청장의 지휘로 해당 검사 등에 대한 수사가 시작됐다. 당시는 검찰개혁과 경찰 수사권 독립 논의가 있던 때라 검찰에 대한 울산경찰의 수사는 전국적인 관심을 받았다.

이에 대해 검찰은 "적법한 절차에 따라 진행했을 뿐, 부실 수사나 봐주기는 없었다"면서 "27톤 가운데 불법이 명확하게 드러난 것은 6톤뿐이고 나머지는 불법성에 대한 확인이 어려워 기소하지 못해 반환 조치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고래 DNA 분석 결과를 기다리려 했지만 결과가 언제 나올지 장담할 수 없다는 고래연구소 측의 답변을 듣고 종결처리했다"고 해명했다.

검찰에 대한 울산경찰 수사는 나름 성과가 있었다. 고래고기를 돌려받은 업자가 선임한 변호사가 검사 출신이라는 점과, 업자가 이 변호사에게 수임료 등으로 거액을 건넨 정황, 고래고기 21톤을 돌려받은 시점에 업자의 계좌에서 수억 원의 거액이 빠져나간 정황을 확보했다.

하지만 수사는 더 이상 진전되지 않았다. 해당 변호사의 사무실과 주거지, 계좌, 통신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에 대해 검찰이 사무실과 주거지는 기각하고 계좌와 통신의 압수수색 영장만 울산지법에 청구했고 이마저 법원에 의해 기각됐다.

2017년 12월에는 수임료만 2억원을 수수한 검찰 출신 업자 변호사는 경찰조사를 받기 위해 출석했다가 그날 돌아가 버리기도 했다. 또 고래고기를 돌려준 담당 검사도 비슷한 시기 캐나다로 1년간 해외연수를 떠나버린다. 당시 경찰에서는 "멘붕"이라는 반응이 나왔다.

울산경찰은 캐나다에서 연수중인 검사에게 이메일을 보내서라도 질의를 하거나 연수가 끝날 때까지 기다려서라도 수사를 이어가겠다는 의지를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고래고기 환부사건 수사를 지휘하던 황운하 울산청장이 지난해 말 대전지방경찰청장으로 자리를 옮기면서 수사는 더 이상 진척되지 않았다.

청와대와 진실 공방

즉 청와대가 사실상 수사중단으로 불만을 품고 있는 경찰의 고래 고기 수사팀을 만나기 위해 울산을 방문했다는 것이다.

청와대 고민정 대변인은 이날 춘추관 브리핑에서 김기현 전 울산시장에 대한 ‘하명수사’ 의혹에 연루된 특감반 출신 수사관이 극단적 선택을 한 데 대해 “어떤 이유에서 그러한 극단적인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는지, 그 이유가 낱낱이 밝혀져야 할 것”이라면서 “민정비서관실 업무와 관련된 과도한 오해와 억측이 고인에 대한 심리적 압박으로 이어진 것은 아닌지 깊이 숙고하고 있다”고 말했다. 검찰을 겨냥한 발언으로 보인다.

고 대변인은 이어 “2017년에 민정비서관실 특감반은 5명 현원이었고, 그중 3명은 친인척, 2명은 특수관계인 담당업무를 수행했다”며 “특감반원들이 지난해 울산에 내려간 것도 김 전 시장 사건 때문이 아니라 당시 민정비서관실 주관으로 ‘고래고기 사건’을 둘러싼 검·경 간 엇박자 실태를 점검하려는 목적 하에 이뤄진 현장 청취였다”고 주장했다.

청와대는 이날 오후 극단적 선택을 한 수사관과 함께 일한 행정관의 말도 전했다. 고 대변인에 따르면 고인은 울산지검에서 첫 조사를 받기 전날인 지난달 21일 행정관에게 전화해 “검찰이 오라고 한다. 우리는 울산에 고래고기 때문에 간 적밖에 없는데 왜 부르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조사 직후인 지난달 24일에는 울산에 동행한 또다른 행정관에게 전화해 “앞으로 내가 힘들어질 것 같다. 그런 부분은 내가 감당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고 한다.

그러나 검찰은 “숨진 수사관을 압박한 사실이 없고 적법절차에 따라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검찰은 이날 서초경찰서를 압수수색하고 숨진 수사관의 휴대전화 등을 압수했다.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2부는 이날 오후 3시20분부터 5시까지 서초경찰서 형사팀 사무실을 압수수색해 숨진 수사관의 휴대전화와 메모(유서) 등 유류품을 확보했다.

서울중앙지검은 “(사망 경위를)철저히 규명한다는 방침 외에 별도 수사 상황 등은 알려줄 수 없다”고 했다. 법무부 훈령 ‘형사사건 공개금지 등에 관한 규정’에 따른 것이라고 했다.

청와대가 거짓 해명을 한 것인지, 김기현 전 울산시장이 거짓말을 한 것인지는 앞으로 검찰 수사에 따라 들어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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