웬 향기지? 아하 냇가에 늘어선 헛개나무 열매 한 소쿠리,
그 달짝지근한 향내가 온 집안에 배었구나
여름철 올망졸망 희푸른 꽃들과 엉킨 꿀벌 떼들의
잉잉대는 소리가 발길을 붙잡고 멀리, 섬을 그립게 했었다
차로 끓이지 않아도 이토록 향기로울 줄이야
문향배聞香杯는 향이 좋은 차를 따랐다가 비운 후
그 향을 잊지 않는 잔, 좋은 향은 쉬이 생성되는 게 아니고
오히려 밀물 썰물과 같아서 어떤 사람과 사물에게선
잉잉잉, 작은 벌떼들의 군무群舞 소리가 밀려온다
꽃향과 꿀, 벌들의 묵은 이야기가 물결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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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복선 시인 약력]
전북대학교와 성신여대대학원 졸업
1988년 《시대문학》 등단. 시집 『종이비행기가 내게 날아든다면』, 『마음여행』, 『여유당 시편』 등 7권과 영한시선집 『Sand Relief』
한국시문학상, 한국꽃문학상대상 외, 경기문화재단지원금 수혜
한국시협회원, 국제PEN한국본부자문위원, 한국경기시협부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