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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풍흡입 -시인 이희원
  • 시인 이희원
  • 등록 2019-11-14 06:35:27
  • 수정 2019-11-14 06:3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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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흡입한다.
이어폰으로 들려오는 음악소리와
차창 밖 굉음을

간판과 먹구름을
무가지와 전광판의 광고를
나는 채워진다.

한자와 로마자가 빨려온다
아라비아숫자가 섞여온다
문자 속, 말들이 따라온다.

좁은 공간을 타고 그녀가 온다.
그녀의 산이 오더니
그녀의 바다가 쫓아온다.

갑자기 허기가 몰려오고
그녀의 입술을
그녀의 가슴을
향해 나는 돌진한다.

과부하가 걸린 내 머리는 폭발하고
그녀의 말 한 마디도 붙잡지 못한다.
한때, 그녀가 나를 흡입한 적이 있기는 있었던가.

내가 갖고 싶은 것들은 늘 저밖에 있고
“난 내 빵 어느 쪽에 버터가 발려있는지 모른다”*.

*하워드 제이콥스의 소설“영국남자들의 문제”에서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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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희원 시인 약력]
경기도 파주에서 출생. 대학에선 법을 공부했고 국영기업 및 사기업에서 39년째
근무 중이다. 2007년 〈시와 세계〉를 통해 문단에 나왔으며 시집으로는 〈코끼리무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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