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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의 옆구리-시인 박천순
  • 시인 박천순
  • 등록 2019-11-13 05:40:23
  • 수정 2019-11-25 16:5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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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대뼈가 붉은 여자
머리 위로 그을린 전구가 흔들린다
반죽으로 꽉 쥔 주먹을 불판 위에 놓자
기름 먹은 손이 납작하게 눌린다
이 눈치 저 눈치 바삐 뒤집다 보면
손금 사이 캄캄하게 고이는 어둠
 
박스로 만든 방에서
어린 딸이 잠들어 있다
간신히 서 있는 방이 무너질까봐
인형처럼 뒤척이지도 않는다
바람이 불 때마다 여자 대신
박스가 물기 없는 자장가를 부른다
 
엄마 배고파
눈 부비고 일어난 아이 작은 손에
터진 호떡 하나 건넨다
빈 주머니 같은 은행잎이 후두둑 떨어진다
딸의 옆구리가 드러날세라
여자는 이불을 꼭꼭 여며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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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천순(朴天順) 시인 약력
약력: 2011년 ≪열린시학≫ 등단. 시집 『달의 해변을 펼치다』
2015년 열린시학상, 2017년 시산문학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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