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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림자 -시인 양균원
  • 시인 양균원
  • 등록 2019-11-13 05:37:47
  • 수정 2019-11-13 05:3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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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의 향기는
옆에 서 있는 자의 후각에서
완성되는 게 아닐까
누군가의 옆에서
달이 시작되고 있다
보이는 것보다
보이지 않는 것이 많은 것을 향하여
달, 이렇게 부르는 것은
보이는 것도 보이지 않는 것도
하나이므로,
가까스로 내가
당신 곁에서 우리가 되고 있어서
그런 게 아닐까 
자목련의 낙화 언저리에서
곰삭은 향이 희석되어가는 5월
당신은 암흑의 우주
그 품에 가늘게 안겨 있는 나
달빛이 달그림자에게 푹 안겨 잠드는 밤이다
스타일은 미니멀리즘
달빛 등진 길에서
가다가 돌아서고 가다가 돌아보고
나를 예인하는 길고 엷은 그림자
채이지 않고 밟히지 않고
발끝에 찰싹 붙어서
한걸음씩 물러서고 있다
슬쩍 어깨 너머에선
달보다 별이 더 많이 빛나고
길 위에선 천천히 따라오라고
그림자가 목발을 짚고 있다
나도, 달도, 오늘밤은
시작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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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균원
전남 담양에서 출생하여 광주일보(1981)와 서정시학(2004)을 통해 시 부문으로 등단했다. 시집으로 허공에 줄을 긋다 딱따구리에게는 두통이 없다가 있고 미국 시 관련 연구서로 1990년대 미국시의 경향 욕망의 고삐를 늦추다를 썼다. 현재 대진대 영문과에서 현대영미시를 가르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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