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악 떠날 채비를 마친 터미널은 야행성이다
태양에 맞물린 밤의 세계
떠도는 어둠의 중심에서
허둥지둥 가벼워지는 어린 연인들은
여전히 고생대의 변온동물처럼
환해졌다 캄캄해지기를 반복한다
꼬리를 감추고 사라진 맹독이
벽에 기댄 벤치 위
불립문자처럼 남아있는 곳
출몰이 잦은 터미널은
뜨거워졌다 순간 식어버리며 늘 고전적인 자세다
다시 이별을 시작할지도 몰라
오늘은 이별 중
차갑게 식어버린 비문이
뚝뚝 끊긴 문장이
차창 안으로 흘러내리고
곳곳
먼 발자국 소리만 벗어둔 채
기별 없는 당신은
어쩌면 이미 나와 이별했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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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융희 시인 약력]
-경남 진주 출생. 2011년 《시사사》 등단.
-시집 『스윙바이』.
-창원대학교 대학원 국어국문학과 석사 수료.
-현재 계간 《시와경계》, 계간 《디카시》 편집장.
-경남일보 <천융희의 디카시로 여는 아침> 연재 중.
-제2회 유등작품상 수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