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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국冬菊 -시인 배문석
  • 시인 배문석
  • 등록 2019-11-05 05:51:54
  • 수정 2019-11-05 05:5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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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서리 얹고 웃음 짓는
저 하얀 얼굴의 수줍음
첫 눈 내리는 기억을 더듬어
더 깊은 곳에서 기다리는 순서에
눈도장을 찍는다
풀벌레들 축제를 기다리는 소녀처럼
동화속 풍경을 꿈꾸는 저 향기에서
밤새 달이 낸 길을 따라
푸른 몸짓을 열고 춤을 춘다
높바람 한 줄기 가슴에 파고들어도
고요를 품은 줄기마다 춤을 춘다
겨울 이마에 무성했던 잡초들의 말들은
아직도 꽃잎에서 철썩이는데
한 줌 눈보라 맨살에 내리는 이 계절
더렵혀진 눈과 귀를 꽃물로 씻어낸다
덧없이 밀고 가는 사계의 시선이
봉긋이 웃는 국화송이에 머물면
단아한 숨소리마저 아스라해진 깊음에
이 겨울 녹이는 순백의 얼굴이 서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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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문석 시인 약력]
전남 무안에서 출생하여 1978년 《문예정보》로 문단에 나왔다. 시집 《詩가 된 물고기 世上》 《나비, 시를 꿈꾸다》 《바람 위의 집》 《황조롱이 날개 위에 올라》 외 발표문집 다수와 칼럼선집 《침묵, 그 깊은 혀의 반란》 《인간의 사회적 통섭 조건》, 공저 《겨울나무로 서자》 《하늘을 날으는 물고기》 외 다수가 있다. 2015 경북일보문학대전, 제8회 해양문학상, 국보문학 대상, 계간문예작가상 등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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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에 1개의 댓글이 달려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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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9-11-05 09:26:46

    포켓프레스 '향기나는 시' 다시 생각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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