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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이들이 걱정해야 할 기업인들의 ‘코리아 엑소더스’
  • 김상민 객원자문위원
  • 등록 2019-10-30 17:31:38
  • 수정 2019-10-30 18:4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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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재인 정부 2년, 제조업 해외투자 박근혜 정부 때보다 2배 이상 급증 부울경 지역의 수출은 30% 이상 감소...일자리 없고 집값 폭락에 민생 아우성 기업 투자가 젊은이들의 일자리를 만든다 –…

미국 교육가인 니콜라스 버틀러는 사람을 세 종류로 구분했다. 주변에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관심도 없는 사람, 주변의 변화를 보면서 남들만 비난하는 사람, 주변을 살펴보고 무엇이 필요한지를 발견하면서 자신을 변화시키고 그것을 행동으로 옮기는 사람이 그것이다. 대한민국에 사는 우리는 어떤 사람이 되어야 할까.

니콜라스 버틀러는 유명한 명언을 남겼다. “기업은 인류 역사상 가장 위대한 발명품”이라고. 한국에서 늘 대기업의 갑질과 재벌들의 부 세습을 비판해온 사람들에게 버틀러의 말은 쉽게 와닿지 않는다. 하지만 경제 실상을 보면 세계 인구의 80%에게 일자리를 제공하고, 세계 GDP의 95%를 창출한다. 기업은 현대 사회의 부의 원천이다.

기업을 세우는 기업가는 미래에 꿈을 가지고 실천에 옮기는 사람이다. 미래에 희망 즉 ‘돈을 벌 기회’가 있다고 생각하면 위험을 무릅쓰고 과감히 투자에 나선다. 기업인의 투자가 많아야 일자리가 많이 생기고, 사람들은 여기에 취직해 돈을 벌어 가족을 먹여 살린다. 여기서 ‘일자리 창출이 곧 경제성장’이며 ‘일자리가 곧 복지’라는 말이 나왔다. 결국 일자리를 만드는 기업이 많아져야 나라가 번영하고 국민의 삶이 풍족해진다. 세계 각국을 보아도 선진국에는 크고 효율적인 기업이 많고, 아프리카나 중동 등에는 그러한 기업이 거의 없다.

기업가들이 외면하는 나라는 경제가 제대로 돌아가기 어렵다. 일자리도 만들어지지 않는다. 당연히 실업자만 늘어난다. ‘좋은 일자리’를 구하고 싶은 젊은이라면 기업이 하는 역할을 제대로 인식하고 ‘친기업 마인드’를 가져야한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오늘날 대한민국에서는 ‘기업 친화적인 분위기’를 찾기 힘들어졌다. 그러다보니 기업인들이 앞다투어 한국을 떠나고, 경제지표는 시간이 갈수록 나빠지고 있다.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에 빗대어 한국에 ‘잃어버린 10년’이 올 것이라는 우울한 목소마저 들린다.

우리가 알아야 경제지표를 성장률, 투자, 일자리 부분으로 나눠서 보자. 경제성장률은 3분기에 전기 대비 0.4% 성장에 그쳤다. 연간 경제성장률이 2%가 되려면 산술적으로 계산할 때 4분기에 전기 대비 1.0% 이상, 정확히는 0.97% 이상이 나와야한다. 이는 분기 잠재성장률(0.6~0.7%)을 훨씬 웃도는 것으로, 연 2.0%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잘해봤자 올해 경제성장률은 1.8% 내외가 가능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경제성장률이 2% 아래로 떨어진 건 통계 작성을 시작한 1954년 이후 4차례밖에 없었다. 1956년 흉년(0.7%), 1980년 제2차 석유파동(-1.7%), 1998년 외환위기(-5.5%),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0.8%) 등 주로 국가 안팎으로 경제 위기를 크게 겪은 해였다. 대외적인 경제위기도 없던 상황에서 이렇게 경제가 나빠진 것은 사상 처음이다. (경제성장률이 1% 떨어지면 국민소득 18조원, 즉 국민 1인당 36만원의 소득이 사라지는 것을 의미한다)

기업인들은 지금 국내 투자를 외면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 국내 설비투자 증가율은 12.7% 감소였다. 같은 기간에 해외 투자금액은 291억 달러(34조원)로 사상 최대였다. 기업인들이 너나없이 국내에는 투자를 하지 않고 외국으로 나갔던 것이다.

기업인들의 탈(脫)한국 현상은 예전부터 있었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 들어선 이후 유독 심하다.

문재인 정부는 이명박 박근혜 정부와 다르다고 누누이 강조해왔다. 자신들이 선(善)이고 유능하며, 이명박근혜 정부는 악(惡)이고 무능하다는 점을 기회가 있을 때마다 강조해왔다.

경제지표로도 그런지 전임 정부와 비교하기 위해 2009년 3분기부터 2년 단위로 계산해보자. 해외투자는 이명박 정부 시절인 2009년 3분기부터 2011년 2분기까지 530억 달러, 이명박 정부 말기인 2011년 3분기부터 2013년 2분기까지 602억 달러였다. 박근혜 정부 시절인 2013년 3분기부터 2015년 2분기까지 588억 달러였으며, 박근혜 정부 말기인 2015년 3분기부터 2017년 2분기까지 800억 달러였다. 그러던 게 2017년 3분기부터 올해 2분기까지 1,002억 달러로 박근혜 정부 시절에 비해 25.2%가 늘었다.

특히 심각한 부분이 제조업 분야의 해외투자다. 문재인 정부 시절인 2017년 3분기부터 올해 2분기까지 제조업의 해외직접투자는 332.6억 달러로 박근혜 정부 마지막 2년(2015년3분기~2017년2분기)의 162.3억 달러에 비해 170.3억 달러 즉 104.9%나 증가한 것이다. 한마디로 제조업체들이 현 정부가 출범한 이후 대거 한국을 탈출했다는 의미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해외 직접투자의 급증은 국내 경영여건 악화가 최대 요인이라는 데 전문가들 사이에 별다른 이견이 없다. 2018년부터 2년간 최저임금 29.1% 인상, 주 52시간제 도입, 법인세 최고세율 25%로 인상, 노동 양대지침 폐기(쉬운 해고와 취업규칙 변경이라고 표현하는데 사실 성과기준 보상과 취업규칙 유연화가 옳은 표현), 통상임금 인정, 특수직 노동3권 보장, 산업안전법 도입 등은 기업들이 이익을 내기 힘들게 만들었다.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이 여기에 반발해 “경제는 버려진 자식”이라고 표현했다. 김무성 자유한국당 의원은 문재인 정부가 기업인을 홀대하고 적대시하고 있다며 “정부가 경제를 내버린 자식 취급했다”고 더 강하게 비판했다.

제조업 일자리는 상대적으로 높은 임금과 직업적 안정성으로 인해 ‘좋은 일자리’로 꼽힌다. 그런데 기업인들이 국내 투자를 외면하니 제조업 일자리는 크게 감소했다. 2016년 2만개, 2017년 1만8천개 줄었던 게 2018년에는 5만6천개, 2019년 9월(전년동월대비)에는 11만개로 줄어드는 속도가 더욱 빨라졌다.

일부 언론에서는 최근 일본이 한국으로 수출하는 게 줄어든 것이 한일경제갈등에 따른 ‘불매운동의 직격탄’ 때문이라고 보도했는데, 정말 무식하고 무지하기 이를 데 없는 무책임한 언론의 행태다. 일본제품 불매운동은 7월 이후에나 벌어진 일인 반면, 일본의 대한국 수출은 작년 말부터 10개월 째 감소하는 추세를 보였기 때문이다. 국내 기업들이 투자를 하려면 일본에서 많은 시설을 들여와야 하는데, 투자의욕을 잃다보니 아예 기계나 장비 수입을 줄여버린 것이다. ‘불매운동’의 영향은 거의 없다는 게 ‘불편한 진실’이다.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제조업 일자리의 감소는 비정규직의 급증에 큰 영향을 끼쳤다. 통계청은 2019년 8월 조사결과 비정규직 노동자 숫자는 748만1천 명으로 전체 임금노동자 가운데 36.4%를 차지했다고 발표했다. 비정규직 숫자는 지난해보다 86만7천 명이 늘었고 정규직은 35만 3천 명이 감소했다. 비정규직 비율은 2007년 3월 조사 때 36.6% 이후 12년 만에 가장 높았다.

기업들의 ‘탈한국 현상’으로 인해 직격탄을 맞은 곳은 제조업체들이 많은 영남 지역이다. 문재인 정부 2년, 즉 2017년 3분기부터 2019년 2분기까지 전국 평균 수출증가율은 직전 2년간에 비해 마이너스 18.9%였다.

지역별로는 부산(-29.1%), 울산(-32.8%), 경남(-31.8%)로 전국 평균보타 훨씬 감소폭이 컸다. 대한민국 제조업이 몰려있다고 평가받는 ‘부울경 지역’은 지난해 6월 뽑힌 광역단체장이 모두 여권인 더불어민주당 소속이다. 지금 부울경 지역은 일자리 실종에 부동산값 폭락 등 최악의 경기침체를 맞고 있다. 부울경 주민들은 지난해 지방선거에서 여권을 선택한 것을 지금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을까 아니면 마음 깊이 후회하고 있을까.

다른 지역도 좋지 않지만 부율경 만큼 망가지지는 않았다. 문재인 정부 2년 간 경북의 수출증가율은 마이너스 25.3%, 대구는 마이너스 13.8%였다. 호남도 경우 광주(-25.8%)가 실적이 아주 좋지 않은 반면 전남(3.1% 성장)과 전북(-12.2%)은 상대적으로 선방했다.

기업인들이 국내에 투자하도록 돕기 위해서는 경영여건을 개선해줘야한다. 선진국들은 기업들이 활발하게 활동할 수 있도록 노동개혁과 규제개혁에 적극 나섰다.

대한민국에서는 검찰개혁 정치개혁 등 정치공방만 있을 뿐 ‘노동개혁 규제개혁 공공개혁’ 등 경제에 진짜 필요한 개혁은 사라졌다. 문재인 정부의 정권 창출에 기여했다며 파트너 행세를 하는 민노총과 시민단체들이 강하게 반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젊은이들 가운데 민노총과 시민단체 편을 드는 사람들은 대체로 ‘반기업 정서’를 갖고 있는 것 같다. 그들은 민노총과 시민단체에 대한 자신들의 지지가 기업들을 외국으로 내쫓고 우리 경제를 망치는 결과를 초래한다는 것을 알고는 있을까? 젊은이들은 민노총과 시민단체들이 젊은이들의 ‘일할 권리’와 ‘소득 증대를 통해 개천에서 벗어나기’를 막는다는 사실을 얼마나 이해할까?

기업들이 한국을 떠나면 일자리도 없고 소득 증대의 기회도 없어진다. 기업을 국내에 붙잡아두는 게 지금 젊은이들이 가장 유념해야 할 일이다. ‘기업의 탈(脫)한국’에 따른 최대 피해자는 지금 20~30대 젊은 세대임을 모두 인식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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