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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분석}-금강산 관광개발 공중분해되나?
  • 최원영 기자
  • 등록 2019-10-24 05:58:01
  • 수정 2019-10-24 06:0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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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산 관광개발이 공중분해 위기를 맞고 있다. 1998년 금강산개발이 시작된 뒤 무려 1조원가량의 개발자금이 투입됐으나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갑작스런 지시로 20여년만에 공중분해될 처지에 놓이게 됐다.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3일 금강산관광지구를 시찰하고 있다.뉴시스제공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3일 금강산관광지구를 시찰하고 있다.뉴시스제공

 

조선중앙통신 등 북한매체들은 23일 김 위원장이 금강산관광지구를 현지지도하며 “보기만 해도 기분이 나빠지는 너절한 남측 시설들을 남측의 관계부문과 합의하여 싹 들어내도록 해라”고 지시했다고 보도했다. 매체들은 “김 위원장이 인민들과 세계 여러 나라 사람들이 마음껏 즐길 수 있는 종합적인 국제관광문화지구로 꾸릴 구상을 갖고 금강산 지구를 현지지도했다”고 했다. 김 위원장은 “(남측이) 금강산에 꾸려 놓은 시설들이 민족성을 찾아볼 수 없는 범벅 식이고, 피해지역의 가설막이나 격리병동처럼 들어 앉았다”며 “그것마저 관리가 되지 않아 남루하기 그지없다”고 말했다. 또 “지금 금강산이 마치 북과 남의 공유물처럼, 북남관계의 상징, 축도처럼 돼 있고 북남관계가 발전하지 않으면 금강산관광도 하지 못하는 것으로 돼 있는데 이것은 분명히 잘못된 일, 잘못된 인식”이라고도 했다.

특히 김 위원장은 “손쉽게 관광지나 내어주고 앉아서 득을 보려고 했던 선임자들의 잘못된 정책으로 하여 금강산이 10여년간 방치되어 흠이 남았다. 땅이 아깝다. 국력이 여릴 적에 남에게 의존하려 했던 선임자들의 의존정책이 매우 잘못되었다”며 아버지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정책을 비판했다.

통신은 이날 김 위원장이 고성항과 해금강호텔, 문화회관, 금강산호텔, 금강산옥류관, 금강펜션타운, 구룡마을, 온천빌리지, 가족호텔, 제2온정각, 고성항횟집, 고성항골프장, 고성항출입사무소 등 남측에서 건설한 시설 등을 돌아봤다고 전했다.

김 위원장의 이 같은 지시로 정부와 현대아산은 황당한 눈치다. 현대그룹은 지난해 4월 판문점 선언 이후 남북 교류 기대감이 커지자 현정은 회장을 위원장으로 하는 '남북경협 태스크포스팀(TFT)'을 구성하는 등 금강산 관광 재개를 위해 발빠른 준비를 해왔다. 지난해 11월에는 금강산 현지에서 관광 20주년을 기념하는 남북공동행사를 열기도 했다. 이 자리에서 방북한 남측의 각계 인사는 구룡폭포와 구룡연, 관폭정 등을 둘러보며 관광 재개를 기원했다.

하지만 올해 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 위원장의 '하노이 담판' 결렬 이후 상황은 다시 나빠졌다. 현대그룹은 지난 8월 고(故) 정몽헌 전 회장의 16주기(8월4일) 추모 행사를 북한 금강산에서 개최하는 방안을 추진했으나 북측이 이를 거부하며 무산됐다. 남북경협의 독점 사업자인 현대아산 측은 이날 긴급 대책회의를 가졌다. 현대아산 관계자는 "관광 재개를 준비하고 있는 상황에서 갑작스러운 보도에 당혹스럽지만, 차분히 대응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금강산 관광개발에 투입된 비용은 대략 9947억3000여만원. 현대그룹은 남측 관광객의 숙박시설 및 부두, 도로 등 편의시설 건설에 3억 2000만 달러(약 3751억 7000만원)를 투자했다. 정부는 이산가족 상봉면회소를 금강산 지구에 건설하는데 550억원을 지출하고 50년 임차비(9억4200만 달러, 약 1조 1045억원) 중 관광대가 방식으로 5597억원을 북한에 건넸다. 또 정부는 경영난을 겪은 현대를 지원하기 위해 지분 인수 방식 등으로 48억6000만원을 보탰다.

하지만 2008년 7월 남측 관광객 박왕자씨 피격 사건 이후 금강산 관광은 중단됐다. 특히 유엔 안보리 결의상 북한과의 경제 협력이 금지돼 금강산 관광이 재개되지 못하고 있다. 2017년 채택된 안보리 결의 2375호는 북한과의 합작 사업 설립ㆍ유지ㆍ운영을 전면 금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금강산 관광을 남북 합작 형식으로 재개하는 것은 이에 저촉될 소지가 있다는 얘기다. 2375호는 또 유엔 회원국 국민과 기업은 북한에 상업적 목적의 투자를 하거나 북한 국적자를 채용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김 위원장이 우리나라와의 관광 개발 종료를 선언한 것은 우리와 미국 측에 압박용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김 위원장은 남측과의 금강산관광 단절을 선언하면서도 “남측 관계부문과 합의하여 하라”고 지시했다. 이상민 통일부 대변인은 ”북측이 요청을 할 경우에 우리 국민의 재산권 보호 그리고 남북합의의 정신, 또 금강산 관광 재개와 활성화 차원에서 언제든지 협의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금강산 관광 시설물 철거와 관련해 우리 측과 접촉의 장이 마련될 가능성은 있지만 북한은 지난 3월부터 개성공단 내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제외한 일체의 직접 접촉을 하지 않고 있는데다 관광개발은 북한의 비핵화와 속도를 같이 어 해야 한다는 미국 측 입장이 있기 때문에 금강산 관광 개발이 자칫 공중분해할 우려도 없지 않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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