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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시인 안양금
  • 시인 안양금
  • 등록 2019-10-17 19:34:06
  • 수정 2019-10-23 07:0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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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은 태어나면 꿈틀꿈틀 기어간다
목을 바짝 치켜들고 혀를 날름거린다
머리에는 번뜩이는 사파이어 두 알 박혔다
스르륵 스르륵 소리를 낸다
먹이를 물면 숨통이 끊길 때까지 놓아주질  않는다
야생이다 살아있지 않는 것에는 시큰둥하며
펄떡펄떡 살아있는 먹이만을 노린다
코끼리를 삼킨 기다란 길
뱃속엔 아직 소화되지 않은 코끼리 꿈틀거린다
너무 커다란 먹이를 삼켰는지
질식할 듯 헐떡거린다
제 목을 빙빙 감을 때도 있다 그러나
배로 기어가는 길은
살아있는 한 배를 드러내지 않는다
독이 없는 보아구렁이도 있지만
나를 매혹시킨 길은
치명적인 맹독의 독사 킹 코브라
한 방울의 해독을 위해
길을 찾는다
뒤를 돌아보면,
꼬리를 물고 파릇파릇 이어지는 생명체
때가 이르러
허물을 벗고 길은 스르르 새 길이 된다
길이 없던 곳에 새 길이 또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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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양금 시인 약력]
1961년 전남 광주 출생.
2010년 계간지 <<다층>>으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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