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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동사계 (河東四季) -시인 김영섭
  • 시인 김영섭
  • 등록 2019-10-14 05:42:46
  • 수정 2019-10-23 06:4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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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아래 남쪽 하동포구에서
징소리 같은 봄 아지랑이가
섬진강을 따라 올라오는 듯
귓가에 맴돌면
아른아른 봄 색시 유혹하는
나물이 지천으로 깔리듯
지리산 찻잎에 향기가 배어들고
쌍계골 십리 벚꽃 구름인양
하늘을 덮을 적에
처녀가슴에도 설레임이 피어 나네

제첩이 속으로 살을 찌울 때쯤
하얀 모래벌 푸른 솔은
여름 햇볕아래 더욱 짙어지고
때 맞추어 괭과리 울어재끼듯
소나기라도 내리면
악양 들판 농부님 들
비설거지 분주하고
강가의 천렵꾼들
솥단지 단속에 부산스러운 하루

지리산 백운산 정기 머금고
먼데 바다 마실갔다 올라온
은어 때 장고소리인양
반짝이며 물위를 걷는 듯 뛰며 놀고
가을 색깔 마냥 노란 듯 붉은 듯
참게탕이 끓을 때 쯤
화개장터 사방손님
얼굴에도 막걸리 한잔으로 단풍이 들고
북소리, 장고소리, 징소리, 괭과리 장단에
맞추어 대봉시며 밤송이며 나락알곡
살찌는 소리 뽀득뽀득 들리는 듯...

한산사 모종소리에
문득 고개 들어 바라보니 형제봉은
머리 위 포근하게 눈인 듯 구름인 듯
섬진나루 돌아들던 나룻배 사공은
자취마저 간데없고

세월만 강 따라 흐르듯 가고 난 자리
섬진 강변길 앙상한 가지에
어릴 적 추억만 걸려있네
산바람에 분분히 눈발이 실려 오면
산기슭 매화나무 꽃송이인 듯 눈송이인 듯
엷은 미소로 화답하는 곳
남쪽바다 팔십리 포구마을
지리산 산골마을
섬진강 강변마을
거기 하동........산이며, 강이며, 바다가 하나 되는 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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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섭 시인 약력]
한의사(백운당한의원장). 서울시문화원연합회장 등 다수 역임. 화관문화훈장 수훈. 대통령표창 등 다수 수상. 저서; <평범한 세상을 위하여>  <이것이 침향이다>  <뭐니뭐니 해도 밥상이 보약이다> 등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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