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은 소래포구에 닿아 주저앉았다
너절해진 여정을 개의 어귀에 부려 놓고
심드렁 낚싯대를 드리운다
살 오른 가을이 포구에 부려지고
썰물인 바다가 떨이로 팔려나간다
기름이 자르르한 고소한 살점을
소스에 찍어 입 안 가득 물었다
지금은 시작하는 시간
어떤 만남도 이별도 준비되지 않은
무감각의 시간
만선인 고깃배에 끼어들어 와
옆으로 달아나다 끝내 잡혀 온
가을은
부러진 다리만 남겨 놓고
팔려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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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원 시인 약력]
월간<문학도시> 신인상 등단. 부산문인협회 회원. 문사시문학회 회원.
동인지<수레꽃과 촌놈과 모딜리아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