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여행자의 노래 -시인 허정인
  • 시인 허정인
  • 등록 2019-10-11 19:27:21
  • 수정 2019-10-23 07:05:23

기사수정

내 안에는 또다른 내가 있어
날마다 떠나자고 나를 흔든다

흔들릴 때마다 조금씩 무너져 내리는 나의 신념,
하늘을 보면
떠나야 한다고 속삭이는 구름과
떠나자고 등 떠미는 바람

아주 사소한 일로부터
인생의 커다란 전환점까지 갈림길에 서성거릴 때마다
마음은 수시로 배낭을 멘다


뿌옇게 날리는 데쓰밸리*의 모래바람 속에서
죽은 여행자들이 부르는 나지막한 노랫소리
모래사막에 드문드문 벤치로 남아 누워있는 나무들
밝음이 그리워 생명줄을 놓아버리고
하늘을 보는 나무뿌리가 여행자를 손짓하며 부른다

이젠 어디로든 떠나야한다
늪으로 가라앉기 전,
날마다 반복되는 일상을 깨고
시들어 가는 영혼에 싱싱한 젊음을 수혈하기 위해
외로움과 맞바꾼 자유
바람의 날개에 올라 앉아 낯선 곳을 기웃거리노라면
새로운 만남으로 설레는 날들

오늘 밤 꿈속에  배낭을 메고 떠난 여행자,
벌써 낯선 곳을 두드린다

*데쓰밸리(죽음의 계곡): 미국 서부에 있는 넓은 사막의  황무지.
동식물이 살 수 없는 척박한 환경이라서 지어진 이름. 옛날 뜨겁고 건조한 기후로 여행자들이 죽었다고 전해진다.

  
----------------------------------------------------------

 

[허정인 시인 약력] 
    경기도 평택 출생. 『서울문학』 등단.
   
       

 

0
  • 목록 바로가기
  • 인쇄


이 기사에 3개의 댓글이 달려 있습니다.

  • 프로필이미지
    hyae6152019-10-15 16:50:32

    배낭을 메고 낯선 곳을 두드리고 싶어 지는 가을에 공감을 느낍니다

  • 프로필이미지
    smbaek7772019-10-15 12:12:25

    떠나는 건 자유, 돌아오는 건 운명입니다.
    여행이란 그렇게 늘 원점회귀 여행이지요?
    좋은 시 읽고 잠시 생각에 잠겨봅니다. 감사합니다.

  • 프로필이미지
    2019-10-15 11:57:23

    저도 매일 밤 꿈속에서 여행합니다~공감되는 시~감사합니다~^^

    더보기
    • 수정
    • 삭제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
error: 관리자에게 문의하여 주십시오.